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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구멍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6
존 도허티 지음, 토마스 도커티 그림, 김여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하핫! 엄마! 책에 구멍이 뽁!!”
재밌게 생긴 표지 구멍에 둘째의 눈이 반짝입니다.
제목 탓인지 색감 때문인지, 쳐진 귀 때문인지 구멍속의 토끼가 슬퍼 보이더라고요.

<내 마음의 구멍>
구멍은 상실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인 토끼 허틀과 거북이 버틀
언제나 함께인 자리에 상실이 찾아와요.
어떤 이유 때문인지 허틀은 보이지 않고 허틀 모양의 구멍만 버틀 앞에 있지요.

소리쳐도 사라지지 않는 구멍, 애원도 해보고 화도 내보지만 구멍은 늘 버틀 곁을 맴돕니다.
이 구멍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버틀, 누군가와 헤어진 자리엔 구멍이 생긴단다. 네 옆에 있는 구멍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우리는 구멍을 모른 척할 수도, 버릴 수도, 숨길 수도 없어. 하지만 채울 수는 있어.”

구멍을 채우는 방법을 아는 듯 둘째는 토끼와 거북이가 같이 맛있는 거 먹고, 함께 노는 모습들로 채우면 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둘찌야~ 둘찌 마음에도 구멍이 있어?”
“응! 친구가 길게 놀러가서 구멍이 생겼어.”

상실이라는 주제라서 무거운 내용이라고만 생각되었는데 인생 5년차 어린이의 당당한 대답을 듣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전 영원한 이별만이 구멍을 만든다고 좁은 시야로 바라봤는데 아이의 시선에서는 잠깐의 이별도 커다란 마음의 구멍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추억으로 채우기도 하지만 앞으로 뭐하고 놀지를 생각하면서도 생겨버린 구멍을 잘 보듬고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아이와 책을 읽으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절 이끌기도 하는데 그 낯선 길을 마주할 때 몹시 희열을 느낀답니다. <내 마음의 구멍>으로 오랜만에 함께 읽는 즐거움을 느껴보네요.
슬픈 감정과 행복했던 감정들을 인정하고 쏟아낸 후에야 터틀 앞에 있는 허틀의 구멍이 빛나는 것 같아요.

이별, 또 다른 형태로 함께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그림책 <내 마음의 구멍>입니다.
함께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