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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요새 누가 공부하려고 책을 읽니? 느끼려고 있지.”p.192
딱 저 말처럼 ‘쉼’을 느끼게 해주는 <하쿠다 사진관>이다.

하쿠다 사진관!
‘무언가를 하겠습니다!’ 라는 제주도 방언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찍겠습니다!’라는 사진사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하쿠나 마타타’처럼 언어에 긍정의 힘이 실려 있는 주문을 외는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2층짜리 건물의 사진관! 석영이 혼자 이끌고 있는 사진관에 제비가 찾아온다. 목적도 이유도 없는 우연한 발걸음이었지만 둘은 인연이 되어 멋지게! 성실하게! 즐겁게 하루하루를 계획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양한 사람의 삶을 담으며 그들의 인생을 듣기 시작한다. 자신의 미래가 깜깜하게만 느껴졌던 제비에게 여러 모습을 한 타인의 삶은 자신의 내면을 진실 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비로소 제비만의 스포트라이트를 켤 준비가 된다.
<하쿠다 사진관>은 표지가 주는 제주의 색감처럼 딱 휴양지에서 놀며 먹으며 쉬며 보기에 좋은 책이다. 배경이 제주인 만큼 제주 방언도 많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방언에 억양을 넣어 읽게 되는데 또 그 맛이 있다.
제주라면 꼭 있을 것 같은 꼭 있었으면 하는 물꾸럭 축제가 소설 전체를 끌고 간다. 마을의 수호신인 대왕문어! 매년 봄에 대왕문어가 선택한 사람(사자)이 육지로 올라온 문어를 융숭히 대접하고 바다로 돌려보내는 축제이다. 이번에 선택한 사람은 바로 물질한 번 해본적도 없는 제비인 것이다. 소중한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사자의 일을 수행하는 제비를 보며 어릴 적 긴 터널을 지날 때 숨을 꼭 참고 소원을 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마음에 간절했는데... 제비가 딱 그렇다. 이 재밌는 축제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다니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비어있는 스쿠터엔 혜용과 효재 두 친구가 타고 있을 것 같고, 커다란 창문에는 노형사가 우뚝 서있을 것 같다. 마당 이곳저곳엔 강아지 벨이 뛰어놀고 사진관 앞의 푸른 바다는 햇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유년시절의 일부를 제주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관광지가 아닌 제주 그들의 진짜 모습과 삶을 깨끗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펜안 펜안(편안 편안) 몬딱(모두) 펜안
펜안 펜안 몬뜰락(모조리) 펜안" p.376
안식을 위한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말! 여름의 끄트머리에 마음의 쉼을 찾기 위한 책 <하쿠다 사진관>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