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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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리커버 한정판)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전래동화의 재미있는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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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관심은 폭력에 가깝고 상대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건 착취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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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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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극심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두발은 보기 흉하게 뭉그러져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속은 호기심 많고 꿈이 있는 보통의 소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자신처럼 난쟁이지만 궁정의 서기관인 엘프리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서기관이 되리라 결심한다. 식구들 중 일부가 바르톨로메가 글을 배우는 것을 도왔다. 바르톨로메에게 글씨를 가르쳐주던 크리스토발 수사도 그의 열정에 감동받아 물심양면으로 힘썼다. 그러나 바르톨로메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글을 배우고 돌아오는 길에 철부지 공주의 눈에 띈 바르톨로메를 아버지 후안은 궁전으로 보내버렸고 바르톨로메는 그곳에서 인간개가 되어야했다.

여기까지 읽은 다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결말을 지을 것인지 궁금해 손을 뗄 수가 없다. 아버지의 매정함도, 공주의 발칙한 상상력과 그 속에 묻어나는 외로움도, 가족들의 사랑도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긴 했지만 결말에 대한 궁금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안도감과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단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각도의 그림도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지만 그 안에서 한 편의 흥미진진하고도 감동적인 서사를 본 라헐 판 코웨이의 상상력도 놀랍기 그지없다.

http://naver.me/5qs1DBXl

"잘 들어라, 바르톨로메. 너는 절대 화가가 될 수 없다. 여기 있는 안드레스와 레온과는 애초에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라. 우리 같은 흑인이나 노예, 난쟁이들은 사회 주변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조합이나 단체에 가입할 수도 없고, 출세나 성공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고 이 사회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는 한 그저 우리를 참아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관없어요!"
바르톨로메가 소리쳤다.
"상관없는 게 아냐! 네 것이 되지 않을 것을 위해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니? 남들로부터 솜씨를 인정받으면서도 네가 심혈을 다해 그린 그림에는 낯선 사람들의 인장이 찍히고, 낯선 사람의 이름이 붙을 것이다."
"파레하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이제껏 제 자신이었던 적이 없었던 과거보다는 백배 더 나아요. 저는 화가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바르톨로메가 파레하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좋다. 그럼 이제부터 넌 내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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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

염치는 본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염치가 없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낮잡아 우린 ‘얌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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