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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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그 중에서 번뜩 하는 순간들을 담았다. 황당하다가 안타깝고 웃기지만 슬픈 그런 이야기들이다.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 그들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들의 삶을 속깊이 잘 알지 못하는 탓이다. 그러나 새벽 시간 또띠아를 대신할 밀가루 반죽을 만들다가 술병을 떨어뜨려 부모님을 깨게 한 청년이 실은 또띠아를 만들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처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껏 불러내려 놓고 조기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준 남자의 속마음이 도시에 사는 친구들을 불러와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려내고 싶었던 것(말처럼 쉽지 않네)처럼, 치매 걸린 할머니가 손자를 남편으로 오해해서 밤늦은 시간 거실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는 것을 할머니의 숙면을 위해 제지하지 않은 1302호의 사정(한밤의 뜀박질)처럼 알지 못할 땐 이해하기 어렵지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사연을 알고 난 후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불어 산다는 건 그렇게 누군가의 사연을 들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삶은 슬플 것 같다. 이야기는 가볍지만 생각은 무거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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