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겨울 조 작가님이 강연 오셨을 때 그 자리에 앉아있던 부모, 교사들을 향해 마구 쏟아내던 비난의 말 그 이상의 무엇은 없었다. 왜곡된 교육 현실에 대한 해답은 강교민 같은 교사이고, 강교민의 말이 곧 자신의 말이라 했다. 질문에 대답하는 말투가 어찌나 가시같던지, 내가 질문한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얼굴이 후끈거려 참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 손자를 맞이한 후 알게 된 사교육의 실태를 바탕으로 조사하여 집필하였다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부정적 인물은 내가 지금껏 살면서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친구 사이인 엄마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질투하기에 바쁘다. 심지어 친구의 불행을 이야깃거리가 생겼다며 은근히 즐기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끊임없이 닥달하고 몰아 붙인다. 마치 그것이 엄마의 의무인 양. 그렇게 철저한 관리(?)를 당하는 아이들은 엄마들의 눈을 피해 딴 꿈을 꾸거나 가출을 감행한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유행어를 잔뜩 구사하면서 때로는 아이답지 않은 말들을 내뱉는 건 예삿일이다. 그나마 아빠들에 대한 시선은 좀 낫다. 평상시엔 자식 교육엔 도무지 관심을 쏟을 시간이 없는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후에는 돌변해 아내를 호통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면 여자가 마땅히 해야 할 집안 청결 관리 하나도 제대로 하지 않는 엄마들은 얼마 못 가 꼬리를 내리고 만다. 물론 처참한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친구 앞에서는 신포도를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현재의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건 대다수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부모와 교사들만의 책임이랴. 뒤쳐지면 비참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부조리한 사회를 너무 잘 아는 어른들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그렇다고 아이들을 모두 공부로 떠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생을 위한 협력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노오력을 하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현실이 그들로 하여금 자기의 자식, 학생을 부추길 수 밖에 없이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궁극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사회 시스템과 구성원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제 역량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라면 무조건 공부, 좋은 대학, 대기업을 외치며 억지로 등떠미는 풍경은 사라지지 않을까. 조정래라는 브랜드 네임이 대단하긴 한가 보다. 출간 한달쯤 후에 산 이 책이 20쇄에 육박하고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계몽적이고 교육 문제에 대해 교조적 입장을 내세우는 이 책이 몹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