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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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앙상한 남자가 목을 움켜쥐고 있는 그림. 몹시도 괴로워 보이는 그 남자의 뒷모습과 투명인간이란 제목이 절로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연상하게 한다.

만수네 4대를 통해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구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부터 월남전 참전,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학교 폭력까지. 만수를 둘러싼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통에 헷갈리면서도 이번엔 누구의 말인지 추측하며 읽는 맛이 쏠쏠하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총집합이라 얘기의 폭도 넓다. 꽤 재미있어서 잘 읽힌다.

어딘가 좀 모자란 듯하게 삶의 매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그의 삶은 끝내 순탄치 못하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정의로운 자가 내쳐지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는 마침내 만수는 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몽환적인 결말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발붙이고 살 수 없었던 사람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하기가 어렵겠단 생각도 든다. 김만수 씨 같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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