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 이혁규의 교실수업 이야기
이혁규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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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직에 종사하고 있다면, 혹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수업의 외적인 요소들은 물론 내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덕분에 책을 읽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그 사이의 시간들은 나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되돌아보면, 시종이 울리고 난 후 돌아서서 나올 때 뒷맛이 좋았던 때가 별로 없다. 늘 뭔가가 흡족하지 않았다. 내처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녀석들을 보고 그랬고, 아무리 물어도 누구 하나 입도 뻥끗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그랬고, 작정한 분량을 다 소화해내지 못해서도 그러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불만이었다.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여러 아이들을 앉혀놓고 내 마음에 맞게 움직이고자 했으니 애초에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또 본래 학습이란 배우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학생들은 대부분 무엇을 알고 싶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의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그 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니 이 문제는 쌍방과실인가?

아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의, 변화를 원하면서도 바꾸기를 시도하지 않는 교사들의 잘못이 더 크다. 우리는 이런 사회문화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사회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는 인간으로 길러져 어른이 되었지만 더는 돈과 힘의 논리로 인해 부조리한 것에 순순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생각은 다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로 돌아왔다.

2부 마지막 교육공학 파트에 나오는 인도의 교육학자 수가타 미트라의 실험은 인상깊었다. `벽 속 구멍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 속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음을 밝혀냈다. - 문득 한 대의 컴퓨터가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이었다면 결론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원한다면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혹은 다른 도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만일 기계가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있다면 슬프게도 대답은 `그렇다`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배워야 하기에 학습동기가 전혀 없는 아이들이 있고, 그런 아이들의 빛나는 장래를 위해 그들을 가르쳐야만 하는 부모가 존재하는 한 교사라는 직업이 없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교직이 존립한다면 그건 더더욱 슬픈 일이 아닌가.

21세기의 교사는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를 낚아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일이 교사의 역할이다. 또 자신의 계획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학생이 스스로 배울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스스로 배울거리를 찾은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는 더이상 논의거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을 덜어내야 한다. 배가 부르면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덜 가듯이 적게 가르쳐야 많이 배울 수 있다. 결핍은 갈구하게 만들고 그렇게 얻은 것은 더 값진 법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은 크다. 하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나갈 인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고민하고 바람직한 문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들도 실현되기 전에는 모두 하나의 생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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