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한 이후 참 오랜만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눈을 뜨자마자 다시 책장을 펼친 것은. 보통은 인터넷서점의 첫 페이지를 통해 출간 소식을 보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먼저 들려왔다. 종의 기원?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나 역시 다윈의 종의 기원을 떠올렸다. 그러고 나니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정유정은 이미 여러 권을 책을 쓴, 제법 알려진 작가였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간호사 출신 작가라는 그녀의 독특한 이력도 궁금증을 더하는 데 한 몫 했다. 시작은 다소 지지부진했다. 아무리 봐도 답은 뻔한데 내용은 자꾸만 주인공 유진의 생각 속에서 왔다갔다 했다. 거듭되는 비유는 얼마 전에 읽은 `오베라는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혹시 정유정도 책을 쓰던 무렵 그 책을 읽었던 걸까. 사건의 전말이 확실해지고 난 이후의 전개는 급물살을 탄 듯 흘러갔다. 일체의 감정이 배제된 채 일이 착착 진행되는데 의문은 점점 더해갔다. 그러다 일순간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오뎅 손에서 금반지를 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별 망설임 없이 답을 달았다. 손가락을 자른다.]그런 그도 아주 잠깐이나마 주춤했던 순간이 있었다. 물론 그게 다였지만 말이다. 악은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한 때 이것에 대해 참 열심히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결론 지을 수가 없다. 다만 정유정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그녀의 다른 책 한 권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