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손호영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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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9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간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위의 문장이 판결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를 포함해서 꽤 놀란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법정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다니. 저자는 실제로 이 판결문을 시인에 빗대어 간결하고 정확한 어조로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판사와 참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책은 법과 판결이 가지는 편견에 맞서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지, 법은 왜 그래야 했는지. 다루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판결문과 배경지식, 그리고 판결이 이루어진 과정까지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 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일반 시민들이 법에 대해 가지는 편견과 법감정을 현직 판사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과거에 왜 그랬고, 현재 자신들은 왜 이렇게 판결하고 있으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판결들을 읽으니 어렵다는 생각보다 한 편의 문학을 읽은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심은 있지만 법이 어려워 망설이던 분들, 혹은 이 책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 이미 이런 분야에 대해서 지평이 넓으신 분들 모두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나처럼 만족감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를 이렇게까지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이런 사회적 분야는 국민의 관심이 커질수록 더 나은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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