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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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름의 한가운데'는 사랑과 후회,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지만 언제나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해서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다섯 편이 일관적으로 같은 이야기거나,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 사랑과 만남 뒤에 오는 가지각색의 후회들을 표면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모두에게 애틋한 시절은 있지 않을까? 나이가 어떻게 됐든 사람과의 만남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루어지니까. 가족, 친구, 연인을 넘어 사회생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만남에서 오는 사소한 후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선택까지 사람은 참 다양하게 후회하고 아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후회도 전부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을, 너무 오래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가끔 뒤를 돌아보며 '그때 그랬었지'하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되는 것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한 소설이었다. 특히 단편 [월간 윤종신]에서 "특별한 이유란 게 있을까, 그냥, 시간이 흘렀고,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라는 대사가 있다. 이게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장인 것 같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멋진하루' 그리고 '수면 아래에서'이다. '멋진하루'에서 주인공은 동창 결혼식에서 만나는 전 남자친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 비웃음만 사게 된 후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하루를 결심하게 된다. 지나간 인연을 의식해서, 그보다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그런 질투와 후회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며 나아가는 게 더 좋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을 볼 때, 나도 쾌감이 일었다.

'수면 아래에서'는 학창 시절 사랑이 아닌 듯 사랑이었던 은정과의 관계를 회상하는 수겸의 이야기이다. 은정과는 모종의 이유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나이가 들고 삶에 찌들어 무력해지고 무감각해진 하루에 그때의 추억과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이 수겸에게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만나 볼 수 있는 소설! 나와 우리의 삶에 잘 맞닿아 있어 읽는 내내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할 수 있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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