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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습 -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황상민 지음 / 생각연구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원래 나는 심리학이라는 것은 남들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다른 사람의 행동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인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은 모두에게 흥미로운 분야이다.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내 안의 상처를 발견한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 내 심리가 궁금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걸까,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머리를 싸매고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얻은 결론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 받은 작은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아물지 못하고 지금의 비뚤어진 내 인격이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니, 단지 내 추측이었다. 스스로 못났다고 자책만 하다가, 그 원인이 내가 아닌 내 가족들에게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쳤을 때,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에 현재를 끼워맞추지 말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 이모양 이 꼴이 된 건 옛날에 받았던 상처 때문이야' 라고 생각하지 말라는거다. 뜨끔했다. '내가 이렇게 자존감이 낮고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건 과거에 남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이야' 라고 나를 감쌌던 그럴듯 했던 포장지가, 물에 젖은 신문지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대부분의 심리학 관련 서적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저자가 지금껏 만나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다. 저마다의 아픔이 있고 상처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 줄 수 없다. '당신은 훌륭해요.' '지금껏 많이 힘들었군요.' '그 사람도 당신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심리학 박사는 커녕 초등학생 아이들도 해 줄 수 있을 법한 뻔한 위로 대신, 그들이 남에게 받았다고 주장하는, 표면에 드러난 상처 속으로 꽁꽁 감춘 그들 자신의 심리를 들여다보았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이런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지만, 당신은 사실은 이러이러한 사람이군요' 하는 식이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의 행동에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괴로워하는지를 깨달으라고 말한다.
나 또한 과거나 외부로부터의 상처는 내버려두고,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말처럼 서른이 넘으면 내 마음에 책임 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