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
김나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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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남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봐주는 일이다.

🔖“믿을 것도, 돌아올 곳도 결국은 나밖에 없잖아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든 믿을 구석은 결국 나뿐이니까. 24시간, 365일 함께인 나에게 잘하고 그런 나를 끊임없이 믿어주며 그저 나아가는 수밖에요.

🔖어떤 커다란 불행이 나를 관통해 지나갈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나를 탓하거나 남을 탓한다. 물론 그런 우리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에서 답을 찾으려 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지금 주어진 삶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다.

🔖내 모습을 숨기기 위해 딱딱하고 무거운 의수를 착용해 가며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게 맞을까? 남들에게 두 팔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고 한들 내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번 시작된 고민은 길어졌다. 어느 순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그래야 진정 행복한 삶도 가능해지는 것 아닐까.

💭
이 책을 다 읽은 것이 8월 21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것이 8월 26일. 살면서 특별히 크게 다치거나 아픈 적 없이 기적적으로 30여년을 살아왔기에 스물일곱에 절단장애를 얻은 작가의 삶은 내가 감히 가늠도 할 수 없이 먼 영역이었다. 그런데 불과 5일 사이, 아주 사소한 실수로 태어나 처음 뼈에 금이 갔고 반깁스를 착용하게 되었다. 영구적인 장애에 비할 것은 절대로 못 되지만, 고작 며칠 몸이 불편해본 후에 이 책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정말로 다른 경험이었다.

지나가듯이 유튜브인지 릴스인지에서 이 책의 저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스치듯이 보고도 아! 그 사람! 하고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책 속에서 저자가 밝히듯 팔이 절단된 사람을 어떤 미디어에서도 접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간혹 손가락 혹은 다리가 절단된 경우는 들어봤어도 팔 절단 장애는 어디에서도 정보를 접할 수 없었을만큼 드물었고, 그만큼 드러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작가는 젊디젊은 나이에 장애를 얻음으로 평생의 직업까지 잃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가족까지 잃었다. 인생에서 단 한 줄기의 희망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불행이 겹쳤지만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감히 가늠도 되질 않는다. 사고 당시 자신을 목격하거나 도와준 이들의 트라우마까지 걱정할 수 있는 이해심과 성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까?

최근 방송에서 다뤄진 개그맨 신동엽씨에 대한 일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아버지 월급날에만 슈크림빵을 먹을 수 있었는데, 유치원 입학이 다가오던 어느 날 월급날도 아닌데 어머니가 슈크림빵을 사주셔서 본능적으로 자신이 형편 상 유치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속상해서 울면서도 어린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속상함에 못이겨 눈 앞의 슈크림빵마저 잃을 것인지. 그는 슈크림빵 먹기를 선택했다. 당장 눈 앞의 슬픔 혹은 분노, 어떠한 종류든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자그마하나마 소중한 것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취할 것인가. 무엇이 이득인가 생각해보았을 때 답은 너무나 간단하지만 실제로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당했을 때 슈크림빵을 먹기를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옳고 더 나은 선택인지 아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기꺼이 주변에 놓인 슈크림빵들을 찾아냈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기를 택했다. 의수를 끼고 장애를 감추는 대신에 자신을 드러내고 장애 인식을 개선하기를 택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힘들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힘들게 마련이다. 무게중심이 달라진 몸으로 균형을 잡고 똑바로 걷기조차 힘들던 작가는 몸을 단련했고 피트니스 선수가 되었다. 고등학교 중퇴 후 미용 한 가지 길만 걸었던 그가 장애를 얻은 후 피트니스 선수, 트레이너, 유튜버, 이제는 작가까지 여러 직업 중 어떤 걸로 자신을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더 많은 길이 열린 것이다.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막혀 절망하는 사람,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어 삶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에게 특히 권하고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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