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만 최애 변경 ㅣ 허블청소년 3
범유진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고 주관적이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빠는 나이가 드니까 새로운 뭔가를 좋아하 거나 배우는 게 힘들어. 그런데 너희 엄마는 그렇지 않잖아. 멋있지.
🔖누군가 그랬다. 덕질은 그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내게 다정함이 필요했을 때 비보가 찾아왔던 걸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이지 싶다.
그럼 엄마는 뭐가 필요했던 걸까.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공간. 그 공간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제아무리 거짓말쟁이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진짜라고 믿고 싶은 건. 그 마음을 의심했다가는, 내 마음까지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안다. 좋아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을.
🔖나는 내 맞은편에 앉은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목덜미에 찰랑거리는 하얀 머리카락. 어떻게 봐도 엄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엄마를 몰랐다.
🔖이제까지 나는 무대 위의 엄마를, 엄마의 전부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엄마도 그런 착각을 할까? 엄마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의 관계란, 착각이란 구멍에 푹푹 빠져가며 서로의 모르던 모습을 발견해가며 이루어지는 건 아닐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쭉 무언가의 덕질을 하며 살았던 내게 엄마와 딸의 덕질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는 마치 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투영하는 거울을 보는 것 같은 특별함이 있었다.
주인공 17살 딸 수리는 답답할 정도로 소심하고도 순진했던 그때의 나와, 한편으론 두 아이의 엄마인 현재의 나는 수리의 엄마 채영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어 양쪽 모두 이해가 가면서도 동시에 양쪽 모두가 답답하기도 했다.
내 천성이 덕후인 탓에 어쩔 수 없이 ‘덕질’이라는 키워드에 시선이 쏠리기는 하지만, 결국은 당연하게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뜨겁게 사랑하되, 상대방이나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두 발로 힘차게 딛고 선 단단한 사랑을 하자는 격려였다.
나이가 들수록 용기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데, 어릴 때는 적대적인 상대에게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 편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 때 ‘아니‘라 할 수 있는 힘이 궁극적인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하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대세와 관성을 거스른, 서로 꼭 닮은 수리와 채영같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막연히 ’덕질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모녀의 이야기‘이겠거니 했던 나의 예상을 멋지게 깨주었다. 그래서 감히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용기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고싶다. 누군가는 한심하다 비웃을지라도, 때로는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가 필요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 가장 순결하고 단단한 사랑이 바로 덕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