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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글로리아 그라넬 지음, 킴 토레스 그림,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8월
평점 :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가 책 속에 담겨 있겠네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은 다른 여름과 달리 특별함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여름과 같았을까요? 할아버지의 부재는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책 표지에 보이는 소년의 아랫부분은 할아버지의 모습이겠죠? 빨래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등 태우고 있는 모습 같아요. 파란 배경과 빨간 벽돌이 대조를 이뤄 인상적이네요. 벽돌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를 보니 이 곳이 바닷가 근처임을 알 수 있고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이가 좋을거라는 것이 예상되네요.
소년의 할아버지는 나이가 아주 많고 네 개밖에 남지 않은 이로 환하게 웃는 유쾌한 분이세요.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무언가 잃을 수도 있다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손자에게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절대 미소는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네 개밖에 남지 않은 이가 다 보이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으셔서 누구든 할아버지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네요.
할아버지와 소년은 매년 여름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네요.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펼치고 수평선 너머로 떠다니는 배들을 세요. 물고기처럼 헤엄도 치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근사한 모래성도 만들어요.
어느 날 아침, 눈 깜짝할 사이에, 할아버지는 힘을 잃었어요. 떨리는 손으로 파라솔을 펼치다가 놓치고 말았네요. 그 뒤로 부드러움도,빛도,움직임도,소리도,기억도 잃어가네요. 그래서 더이상은 할아버지와 바닷가에 갈 수가 없네요.
하루는 할아버지 집에 갔더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네요. 가족들은 슬퍼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네요.소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깨닫게 되죠. 하나씩 하나씩 잃어가다가 결국 사라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요. 엄마는 소년에게 할아버지는 사라지기 전에 아주 커다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고 말해주네요. 이제 소년은 여름을 할아버지외 함께 할 수 없겠네요. 소년은 앞으로 다가올 여름과 할아버지의 부재를 어떻게 견뎌내게 될까요? 유쾌한 할아버지의 손자답게 잘 이겨낼거라 믿어요.
가족의 죽음을 추억과 나름의 유쾌함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네요. 아이는 아직 죽음을 본 적이 없기에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잃어버리는게 많아?' 라고 묻네요. 그러면서 엄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되는거 싫다고 하네요. 아이가 생각하기에도 무언가를 잃는다는건 싫은 일인가 봐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네요.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모래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