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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정원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10
가브리엘 왕 지음, 김난령 옮김, 나오미양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말 그대로 <책에 스스륵 빠져든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읽다보면, 이야기에 푹 빠져서 현실을 까맣게 잊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경험.... <마법의 정원>이라는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책 <마법의 정원>은 왠지 <백조의 호수>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에 빨간색 홀로그램이 반짝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뭔가 비밀을 단단히 담고 있긴 한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여느 아동창작동화를 읽을 때 늘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과는 달리 왠지 모를 묵직하고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첫 장을 펼쳤다.
<미미 루> 호주에 이민 온 중국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이 아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이야기의 서두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잠시 책의 시작 부분을 옮겨 보면...
학교에 가면 토마토 소스 냄새가 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마늘 냄새가 나는 아이도 있다. 물론 전국 횡단 마라톤 대회를 막 마치고 온 것 같은 끔찍한 땀 냄새를 풍기는 아이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미미한테서 나는 냄새는 좀 다르다. 그 냄새는 한마디로 표현을 할 수 없는 아주 묘한 것이다. ...(중략)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느낀 점은, 억지나 억측이 없이 정말 탄탄하게 흘러가는 구나 하는 점이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어떻게 되는 걸까... 추리 소설에서나 느낄 법한 느낌들을 이 책에서 받게 된다는 점이 새삼 생경하게 다가왔다.
중국 이민자 자녀로서 미미 루가 겪는 외로운 학교 생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성공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라는 아버지와의 갈등.
<즐거운 학교생활>과 <사랑하는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따뜻함>이 결핍된 어린 소녀에게 어느날 [신비한 사연을 가진 파스텔 상자]가 오게 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 선생님에게서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파스텔을 사용하면서부터 펼쳐지는 미미와 미미 주변 세계의 변화는 참으로 재미있다.
그래, 이 책은 참 재미있다.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그제서야 책에서 깨어났다는 느낌이 들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