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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습관의 재발견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완료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이 큰 일을 해낸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공통된 삶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부터 마지막까지 줄기차게(지겨울 정도로) ‘작은 습관’을 호소한다. 작은 습관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중요한지, 다각적인 접근으로 강력하게 호소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것이 정말 획기적이고, 참신하며, 내 삶에 큰 변화를 줄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읽는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읽은 후에 이 책이 말하는 대로 그 작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수월하지 않다.
한창 우리나라에 ‘긍정’ 붐이 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 거울 앞에서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을 외쳐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혼자 ‘빡세게’ 외쳐댄다고 해서 쉽게 바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있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 워크샵들, 프로그램들이 지쳐있고 정체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힐링, 지지, 공감 등의 다소 정체된 느낌을 주제로 한 컨텐츠들에 사람들은 반응하고, 자신의 삶을 그 자리에 가져간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작은 습관의 성공사례들은 어떻게 된 일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에, 저자, 그리고 저자의 블로그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작은 습관 전략에 성공한 큰 원인 중 하나는 ‘커뮤니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작은 습관에 에너지를 투입하기 위해 작은 의지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작은 의지력, 정말 작아 보이는 그것을 내기 위해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지지는 실제로 그 사람이 받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는 사회망(social network), 사회경제적 위치(SES) 등과는 별개로, 자신이 인식한(perceived) 지지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멋진 몸매를 위해 매일 습관처럼 운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주변의 부러워하는 시선, 혹은 놀라는 시선 등을 느낀다. 본인은 자기만족을 위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선을 받을 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이러한 것도 일종의 ‘사회적 지지’가 될 수 있다. 그 시선이 나쁘지 않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러한 시선이 없다면, 아무도 그의 몸매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운동에 필요한 아주 작은 의지력도 뽑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큰 변화로 가는 여덟 단계’에 이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는 것이 아쉽다. 저자와 저자의 팔로워들은 이런저런 소통을 통해 자신이 그 작은 습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지지 받는다(그것이 질책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그 여덟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는 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심리학적인 소양이 상당하지만, 본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아주 핵심적인 원인을 강조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나는 이것조차 잘 안 되지?’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가 알아줄 만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한다면(ex. 40대에 책 한권 내기, 내년 여름에 비키니 입기), 혹은 목표에 대한 과정을 누군가에게 공유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접근방식은 이미 심리상담, 특히 인지행동 치료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쓰여왔던 것이다. 이미 검증된 심리치료 방법이었지만 사람들이 잘 몰랐던 것을 저자가 읽기 쉬운 자기계발서로 재탄생시켰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이 책은 읽기 전보다, 읽은 후가 더 중요하다. 작은 습관을 통해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면 오늘 당장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