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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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된 인간>은 <토스터 프로젝트>를 쓴 토머스 트웨이츠가 쓴 책이다. 토머스 트웨이츠는 토스터를 만드는데 원재료부터 구해 만드는 독특한 생각을 했다. 토스터가 완성된 모습은 다소 괴상하지만 최근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영구 소장품으로 취득했다고 한다.
 토머스 트웨이츠는 토스터 프로젝트로 잠시 유명해졌다가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는데 주변 친구들은 박사 학위를 따고, 작품 의뢰를 받고, 경력을 쌓아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었다. 직업도 없이 혼자 도태된 것 같다고 느끼는 토머스 트웨이츠는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가 걱정없이 살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 걱정은 인간만이 한다. 동물들은 대부분 본능으로만 살기 때문이다. 이에 토머스는 잠시 동물이 되어보다면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토머스는 웰컴 트러스트의 예술상 프로그램에 자신의 계획을 메일로 보냈고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토머스는 처음에 코끼리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막상 실현에 옮기려하니 여러가지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토머스는 아네테라는 주술사에게 염소가 되어보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염소가 되기로 결심한다.

 염소가 되기 위해 토머스는 염소 전문가인 앨런 맥엘리곳 박사, 신경과학언어집단의 책임 연구자인 조 데블린 박사, 왕립수의대학 구조동작연구실의 존 허친슨 교수, 의수족 전문가인 글린 히스박사와 제프 등을 만난다.  토머스가 생각한 방법을 각 전문가에게 자문해 보면 늘 토머스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엇이 됐든간에 아주 복잡한 일들이다. 그 복잡하고 복잡한 일들을 토머스는 토스터를 만들때처럼 또다시 해내고 만다. 마침내 염소가 된 것이다. 독자들은 토머스가 전문가들을 만나고 염소가 되기위한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주술, 철학, 해부학, 뇌과학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토머스는 의수족 전문의가 만들어 준 사람에게 맞는 염소 네 다리를 부착하고, 머리에는 헬맷을 쓰고,  엄마가 만들어 준 비옷을 입고,  염소들과 함께 생활한다. 2족 보행에 맞게 진화된 인간이 염소처럼 네 발로 걷기란 고통 그 자체였다. 넓은 초원 수십마리 염소들 사이에 인간 염소 토머스 트웨이츠가 끼어 있는 모습을 본 다른 염소 주인 토마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염소주인 세프가 말했다.
 "토마스 말이 염소 떼가 당신을 받아들였대요."
 "정말요? 그러게......, 저도 그런 것 같았어요."
 "네, 토마스가 당신을 봤는데, 당신이 염소한테 받아들여졌더래요."
 염소 주인마저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토마스 트웨이츠는 염소로 살아보고 걱정에서 벗어 났을까? 아마도 염소로 사는 동안 잠깐은 4족 보행으로 몸이 너무 힘들어서 걱정에서 벗어 났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몸이 편안하면 머리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
 사실 불안증이나 우울증 환자는 과거보다 현대인에서 더 많이 두드러진다. 당장에 먹고 살기 바빴던 옛날과는 달리 현대인들은 모든 면에서 풍족하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특히 토머스 트웨이츠처럼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알고보면 토머스가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인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현대인 중에서도 도시인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이 일이 인간으로서의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토마스의 이야기를 듣고 농장 주인 세프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은 도시 출신이잖아요." 세프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미친 거예요. 여기 산 위에선 그런 미친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걸요." ...중략...
 나는 세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염소가 된다는 것이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을 뜻한다면, 음, 염소가 되기보다 염소 치는 농부가 되는 쪽이 더 간단할지도 몰랐다. p.272~273

  인간이 근심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그 근심을 줄이고 마음이 평온하려면  토마스 트웨이츠 말처럼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 해답일지 모른다.

 에필로그
토마스 트웨이츠는 <염소가 된 인간>으로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거머 쥐었다.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발간하는 과학유머잡지 <별난 연구 연보>가 1991년에 노벨상을 패러디해 제정한 상이다. 상식에 반하는 엉뚱한 연구를 수행했거나 발상 전환을 돕는 이색적인 연구 업적을 남겼을 때 이를 기념해 상을 주는 하버드대의 연례행사로 총 10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연구의 내용만큼이나 기이한 수상자들의 시상식 퍼포먼스로 인해 '엽기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 책 뒷날개 발췌

 토마스 트웨이츠가 이그노벨상을 타는 동영상이 유트브에 검색하면 나온다. 토마스는 시상식에도 염소로 변장하고 등장했다. 책에 수록된 사진 말고 동영상으로 보니 더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토마스 트웨이츠가 어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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