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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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잠을 깨웠다.


 피 냄새로 시작한 <종의 기원>은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수록 힘겨웠다. 끔찍하고 참혹했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1부가 끝나면 2부가 너무 궁금하고 2부가 끝나면 3부가 너무 궁금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유진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망각해 스스로 추리해가는 과정으로부터  각성으로 넘어가고 엄마의 일기인지 메모인지의 글들을 읽으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정유정 작가가 의도한 복선과 사건들이 치밀하게 연결되고 폭발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결국 나는 추리소설을 읽는 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궁금증으로 어느새 마지막 장을 끝으로 책을 덮었다.


 주인공 유진은 형 유민과는 많이 달랐다. 유민은 활달하고 사랑스러웠고 재잘스러웠다. 모든 면에서 유진보다 월등했다. 반면 유진은 아주 조용한 아이였다. 떼를 쓰지도 않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였다. 모든 면에서 형보다 뒤쳐졌지만 딱 한가지 형보다 잘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수영이었다. 그걸 알게 된 뒤 유민은 수영에 더욱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청소년 행동장애 전문의 유진엄마의 동생 혜원이 유진이 그린 그림을 보고  검사를 권한다. 엄마의 목을 잘라서 우산대에 꽂았을 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형 유민과 아빠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 한가운데에 유진이 있었고 유진의 엄마는 유진이 형 유민을 바다 낭떠러지로 밀치는 모습을 목격한다. 사실 그것은 유진이 낭떠러지로 형을 민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만약 유진의 엄마가 동생 혜원에게 유진의 문제성에 대해 듣지 못했다면 그 장면을 보고 그렇게 인지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유진의 엄마가 강박성이 아주 강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유진이 마음껏 수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유진에게 약을 먹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문득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실험이 떠올랐다. 학교 선생님에게 몇몇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신기하게도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대로 아이들이 변해있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그의 저서 <이웃집 살인마>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진화과정에 적응해야 했고, 선이나 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선과 악이 공진화했으며, 그들에게 살인은 진화적 성공(유전자 번식의 성공), 즉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이 무자비한 '적응 구조'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의 조상이다.

 그에 따르면,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 되는가.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악을 가지고 있다.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한다. 지킬과 하이드가 싸우지 않고 서로 평화로이 공존 할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악이 점화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지킬 뿐아니라 하이드 또한 들여다보고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내안의 어둠과 그림자를 온전히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한우리 북까페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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