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긴 생각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이어령 지음 / 시공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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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 본 건 7년 전 쯤 TV에서 였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이어령 선생님의 명강의가 귀에 들어와 채널을 고정했다. 이어령 선생님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와, 저분은 연세도 많으신거 같은데 어쩜 저리 생각이 젊으시고, 말씀도 잘하실까'하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나만 모르고 있던거 아닌가하고 부끄럽다 생각할 정도로 유명하고 대단한 분이셨다.

 이어령 선생님은 초대 문화부 장관, 88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주관,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 교육대회 대회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책으로는 <축소 지향의 일본인>, <젊음의 탄생>, <지성에서 영성으로>등이 있다.



<책의 중간 중간 그림을 펼쳐보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은 KBS TV​에서 방영했던'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의 글들을 모아 단행본 형태로 만든 책이다. 제목대로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지만 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개정판에 부쳐'의 글과 '머릿말'의 글부터 감동으로 다가온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은 역시 이어령 선생님이시다 하고 감탄하며 읽었다.

​ 12 아버지와 손을 잡을 때

까치 한 마리가 뜰로 날아왔습니다.

치매기가 있는 백발노인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 새가 무슨 새냐?"

"까치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조금 있다 다시 물었습니다.

"얘야! 저 새가 무슨 새냐?"

"까치라니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을 바라보시더니

또 같은 말을 하십니다.

"얘야, 저 새가 무슨 새라고 했지?"

"몇 번이나 대답해야 아시겠어요!​ 까치요, 까치라고요!"

그때, 옆에서 듣던 어머니가 한숨을 쉬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범아, 너는 어렸을 때 저게 무슨 새냐고 백 번도 더 물었다.

'아빠, 저 새가 무슨 새예요?'

'응, 까치란다.'

'까치요? 아빠 저 새가 무슨 새예요?'

'까치야.'

'까치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까치란다, 까치란다.'

몇 번이고 대답하시면서

말하는 네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지.

그래서 네가 말을 배울 수 있었던 거다."

언제부터인가 전해져 오는 이야기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 앉습니다.

그래요.

지금 힘없이 떨리는 저 손이

바로 내가 처음 발을 딛고 일어설 때 잡아 주셨던 그 손이었습니다.

땅바닥에 넘어져 무릎을 깼을 때

울던 나를 일으켜 세우시던 그 손.

코 흘릴 때 훔쳐 주시고

눈물 흘릴 때 닦아 주셨던 손.

이제는 매를 들어 때리셔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가랑잎처럼 야위신 손.

꼭 잡아 드리세요.

언젠가 나를 잡아 주셨던

아버지의 그 손을.         -p.50~52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저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렇듯 이어령 선생님은 효도하라! 하고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부모님한테 잘해라! 하고 잔소리 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에 실린 75개의 이야기들. 하나하나 주옥같고, 어느 하나 와닿지 않는 글이 없다.

킥킥킥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떤 글에서는 '이 글을 읽고 웃으십니까!'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한다.

책을 읽으며 이어령 선생님의 스마트폰 세대들에대한 염려가 많이 느껴졌다.​ 사색하지 않고 검색하는 세대, 바닷가 모래의 느낌이 어떤지 직접 느껴보지 않고 검색부터하는 세대들 말이다. 마치 친 손자, 손녀들을 걱정하듯 느껴지는 이어령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많은 반성을 했다.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 나누기는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고,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사색하게 해주었다. 이 생각 나누기가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이어령 선생님의 연세가 벌써 80세 라는데,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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