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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에게 물어봐! 1 - 고추가 있어야 힘이 셀까? ㅣ 사랑이에게 물어봐 1
티에리 르냉 글, 델핀 뒤랑 그림, 곽노경 옮김 / 내인생의책 / 2014년 8월
평점 :

시대마다,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지루한 이론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다.
우리 집 분위기는 성에대한 이야기를 쉬쉬하는 분위기었다. 그래서 나는 성이란 금기, 안 좋은 것, 숨겨야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왜곡된 성에대한 관념인지 아이를 낳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성에대해 더욱 개방적으로 변한 요즘 시대에 내 아이에게 나와같은 인식을 준다는 건 정말 안 될 일일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그렇게 고심하던 중 구성애의 '네 잘못이 아니야'를 읽게 되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성 관념을 가지고 자란 구성애씨가 참 신기했다. 구성애씨가 어린 시절부터 생각해온 성은 아름다운 것,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아이에게 성은 아름다운 것,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안겨주고 싶다.
그 일환으로 좋은 것이 성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사랑이에게 물어봐!>는 아이에게 읽어 줄 첫 성교육 그림책으로 나온 시리즈다. 1권의 제목은 <고추가 있어야 힘히 셀까?>이다. 우리 아들 제목만 읽어 줬을 뿐인데 깔깔 거리고 웃는다.

막스는 세상에 딱 두 종류에 애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추 달린 애들과 고추 없는 애들. 그리고 고추 달린 애들은 힘이 세고, 그렇지 않은 여자애들은 안쓰럽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투철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막스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새로 전학 온 사랑이라는 여자아이 때문이다.


사랑이는 여자아이인데도 꽃처럼 시시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거대한 매머드를 그린다. 또 축구도 잘하고, 자전거를 남자아이들처럼 다리를 번쩍 들고 타는가 하면,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사랑이다. 막스 못지 않게 선입견이 생겨버린 우리 아들도 의아해 한다.
"얘 뭐야? 진짜 여자애가 왜그래?" 한다.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사랑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한 막스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그래, 맞아. 사랑이는 다른 여자애들이랑 달라. 분명히 고추 달린 여자애일 거야. 고추가 없는 척 우리를속이고 있는 거야!"
고추 달린 여자애라니... 나는 깔깔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아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일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아들은 호기심 충만으로 책에 더욱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그때부터 막스는 사랑이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고추가 달려있는지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막스는 이런저런 시도끝에 마침내 사랑이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물론 여자애가 맞았다. 막스는 놀란 눈으로 사랑이에게 말한다.
"너........고추 안 달렸네!"
우리 아들도 덩달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랑이의 대답을 듣고는 더욱!
"당연히 안 달렸지! 나는 고추가 아닌 음순이 있어. 그리고 고추가 아니라, 음경이라고 부르는 거야."
음경과 음순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우리 아들 어안이 벙벙하다.
나는 늘 아이에게 '고추'라는 말을 사용했다. 다른 엄마들도 보통 그럴것이다. <부모와 십대사이>인지 <부모와 아이사이>인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 책에서 아이들에게 '고추'나 '잠지'라는 말 보다는 정식 명칭을 알려주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아이들의 성에대한 첫 지식은 정식 명칭에서부터 시작되는 듯 싶다.
막스는 이제 다시 사람을 나누었다. '고추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음경이 있는 사람과 음경이 없는 사람'도 아닌, '음경이 있는 사람과 음순이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처음 막스가 말한 고추가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로 생각했을 때 그림은 이 두 집단이 완전 따로 그려져있다. 하지만 마지막 그림은 음경이 있는 사람과 음순이 있는 사람이 한 집 안에 그려져있다. 막스의 선입견이 없어졌음을 참 잘 표현한 그림이다.
<사랑이에게 물어봐!>시리즈는 남녀 신체는 어떻게 다른지 지식을 알려 주는 차원을 넘어 성별에 얽힌 편견을 바로 잡아 준다. 아이에게 읽어 주는 성에대한 첫 그림책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다. 우리 아들도 이 책을 통해 남녀 성에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덜었고, 음경과 음순의 명칭을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유아에서 저학년 아이에게 읽어 줄 성교육에대한 책을 찾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사랑이에게 물어봐>시리즈를 추천한다.
*이 서평은 <내인생의 책>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