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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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책 표지에 식물그림만 있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주로 과학그림책이나, 자동차, 로보트 등 그야말로 남자아이 다운(?)책을 선호 한다. 그래서 <밭의 노래>를 좋아 할까 하고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또 표지를 보자마자 안 본다고 할까 봐.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기 전에 이해인 수녀님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 줬다.
 "이해인 수녀님이 쓴 책을 읽으면 엄마는 마음이 편안해 져. 그런데 그 수녀님이 아이들을 위해서 그림책도 쓰셨네?"
 

'너도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을 거야' 라고 알아 들었을까, 무튼 첫장을 넘겨 읽어 주었다.

밭은 해마다
젖이 많은 엄마처럼
아이들을 먹여 살립니다
첫장을 읽어 주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싱글벙글이다. 아마도 모유를 먹고 자라서, 엄마 젖에 엄청난 집착을 했던 아이라서 더 공감이 가는가 보다. 글밥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다.
​ 최 친정 엄마가 주말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해서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온갓 채소들의 모습을 보고 온 덕도 큰 것 같았다.속도감 없이 아주 느리게 읽어 주는데도 다음 장으로 넘길 생각 않고 잘도 본다.
 예쁜 색감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며 나는 내 어린시절 할머니가 밭에서 기르던 상추나 치커리를 따기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이렇게 짧은 내용의 그림책을 보면서도 아이와 할 이야기거리가 생기는 걸 보면 그림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 데서 보니
꽃과 나비가 하나입니다
마지막 장을 읽어 주며 내가 말했다. 조금 오바한것이 문제였다.
"와~~ 진짜 어떤 게 꽃이고 어떤 게 나비인지 진짜 모르겠다."
"난 다 알겠는데? 여기 이거 나비, 여기도 나비, 저기도 나비잖아."
아, 얼마나 웃었는지.
책의 맨 뒷장을 보고 <밭의 노래>는 동시집 '엄마와 분꽃' 중에서 발췌했다는 걸 알게되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쓴 예쁜 동시에 백지혜 화가가 그림을 그려 완성된 책이었다. '춘포'라는 천에 전통 채색기법과 천연 물감을 사용하여 그렸다고 한다. 그림이 유난히 따뜻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었나 보다.
이 책에 실린 글의 원제는 '밭노래'이다.  책을 다 읽어 주고, 아이에게 다시 한 번 밭노래 동시를 읊어 주었다. 아이도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 아이가 식물그림이 나온 책을 이렇게 좋아하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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