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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 - 왜 하기 하마는 아프리카 대륙을 홀로 떠돌게 되었을까?
시슬리 반 스트라텐 지음, 이경아 그림, 유정화 옮김 / 파랑새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서 마지막에 자막으로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주인공 누구누구는 언제 어떻게 죽었다. 혹은 아직도 뭐뭐 하고 있다" 와 같은 글이 올라오면 그 감동이 배로 늘어난다.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전 세계인을 울린 슬픈 실화, 1600킬로미터를 홀로 여행하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기 하마 이야기' 책 표지의 이 글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다. 얼마나 슬플까,
아기 하마 후베르타는 왜 그렇게 먼 길을 떠났을까.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랬을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다. 이 책으로 후베르타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야생 하마의 독특한 여행길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분명히 되었으니 말이다.
아기 하마 후베르타는 사람들이 쏜 총으로 엄마를 잃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물에 휩쓸려 무리에서 떨어지고 만다.
홀로 떨어진 후베르타는 그때부터 힘겨운 여행길에 오른다. 후베르타는 2년여의 시간동안 1600킬로미터 거리를 여행한다. 사람들은 끈질기게 하마를 쫓아 다닌다. 동물원 관계자가 하마를 사로 잡고 싶어 그러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하마를 쫓아 다녔을까.
후베르타는 신문기사에 실리면서 삽시간에 아주 유명한 하마가 되었다. 어떤 부족들은 후베르타가 위대한 조상이 환생한 존재라고 믿고 숭배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자유를 상징한다고도 말했다. 하긴 몸집이 어마어마한 하마가 마을 한 복판을 유유히 걸어다닌다고 상상해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사람들은 이제 후베르타를 잡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아무도 헤치지 않았다. 하지만 외로운 여행가 아기 하마 후베르타는 결국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은 신기하고,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이다. 그러나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눈가를 촉촉히 적시는 슬픔도 느끼지 못했다. 작가의 너무나도 객관적인 시각때문이었을까. 책을 읽으며 아기 하마에게도 등장 인물들에게도 어떤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이 안 되었다. 안타까웠다. 만약 이 이야기를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입장에서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외롭고 힘겹게 살다 간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애처로운 삶이 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