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헤르만 헤세 선집 12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잠 못 이루는 밤>은 소설이 아니고 헤세가 살아생전에 남긴 에세이다.  총 42편이 실려있다. 그 안에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삶의 여정과 철학이 모두 담겨있다. 헤세의 삶과 철학에서 소설의 배경과 인물이 창조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인이 된 소설 작가의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삶이 반영된 에세이는 같은 시대를 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소소한 기쁨>이다.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능력은 분수를 지키는 습관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  소소한 기쁨은 눈에 띄지 않고, 칭찬받지 않으며, 돈이 들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는 소소한 기쁨을 이야기하면서 분수를 언급한다. 분수를 지켜야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하나 사서 기뻐한다면 그것은 소소한 기쁨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수에 어긋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처럼 날개가 없다고 안타까워 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분수를 알기 때문이다. 분수를 알면 안타까움보다 기쁨이 더 가까워진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 분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공감 된다. 내 분수파악을 잘 해야 작은 것에서 감사를 느낄 수 있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크리스마스
우리가 약간의 사랑과 관심을 보내는 모든 하찮은 것은 기쁨과 삶의 의욕으로 우리에게 보답한다. 그러나 우리 중 대다수는 돈에 온갖 사랑과 관심을 바치지만, 돈은 환멸과 빨리 늙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뿐이다. 아무리 작더라도 사심없는 모든 헌신, 모든 관심, 모든 사랑이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삶의 지혜로서 특이하지만 간단한 비밀이다.  ...  권력이나 소유물, 인식이 아니라 사랑만이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디서나 최종적인 지혜이다. 모든 사욕 없는 마음, 사랑에서 비롯된 모든 포기, 모든 적극적인 동정, 모든 단념은 넘겨주는 것이자 체념인것 같지만, 그러한 것은 더 풍요롭게 되고 더 위대하게 되는 것이며, 앞으로 그리고 위로 이끌어 가는 유일한 길이다.
- 자연의 향유
훌륭한 사람은 자신의 가족과 주변 환경뿐 아니라 모든 인간생활과 자연생활과도 친근하다고 느낀다.
- 책을 읽고 소유한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독자에게는 낯선 사람의 본질과 사고방식을 알게 되고, 저자를 이해하려고 하며, 그를 될 수 있는 한 친구로 삼으려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심심풀이로만 책을 읽는 자는, 아직 그런 자가 많고 또 그게 최상일지도 모르지만, 독서한 뒤에 읽은 내용을 잊어버려 나중에도 책을 읽기 전이나 마찬가지로 빈곤할 것이다. 그러나 친구의 말에 경청하는 자처럼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책이 그에게 열려 그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그가 읽는 것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그에게 남고 그의 것이 되어, 친구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그에게 기쁨과 위안을 줄 것이다.
- 독서
생각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자신과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마르틴의 일기에서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사랑이지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영혼의 모든 움직임은 사랑이다. 영혼은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삶을 느낀다. 그러므로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자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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