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수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카스트와 계급과 강제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중세시대 독일에서는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나면 평생 빵을 구워야 했고, 백작의 아들은 절대 하녀와 결혼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엄격한 사회질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롬은 그런 유연하지 못한 굳은 구조가 인간에게 안정감을 선사하여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 했다. 대장장이로 태어나 평생 대장장이로 살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신이 나를 사랑할지 안 할지를 안다면, 평생 빵 가격이 변치 않을 것이고 똑같은 레시피로 구울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현대인은 야망과 충족감 대신 권태와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우의 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자기 틀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것이 통제가 가능하고 안정감을 준다. 자신이 어디 소속이며 무엇를 하고 말지를 아는 것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자신목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갑작스러운 자유는 그에게 오히려 혼란만 일으킬 것이다.
<에리히 프롬(클래식 클라우드 15)>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