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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첫 문장에서 이 책의 진가를 읽을 수 있었다.
‘농묵 같던 어둠이 묽어지자, 창호지도 날카로운 빛을 잃었다. 먼동이다.’
이 짧은 문장은 수 많은 복선이 깔리는 절묘한 의미와 형식의 도치법이다.
다 읽고나니, 나의 짧은 역사상식과 변별력 없는 독서성향으로는 여타의 동학혁명에 관한, 혹은 전봉준에 관한 책과 내용이 유사한 듯했고, 황석영의 ‘여울물소리’도 기시감으로 깔렸다.
물론, 훨씬 더 세부적이며 그래서 더 역사직인 진실이 있음을 차이로 느꼈을 뿐이니, 나의 독서능력과 의식수준이 참으로 한심타.
장편인지라 중간부분에서 읽히는 것이 좀 더디고 지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360쪽 동안 내려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사리고 있었다.
동학혁명을 대원군이 지지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나의 짧은 역사지식에 보탬을 줬으며, 그 이후 416, 610, 518 등 민중이 자발적으로 봉기해서 부패된 사회를 뒤집고자 했던 원동력이 동학혁명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진 결과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봉준이라는 키 작은 사내가 그 누구도 못했던 사회개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인 상황이 너무나 아팠다. 게다가 손자들의 재롱이나 보면서 평범한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봉기한 결과가 죽음이라니.
더욱 놀라운것은, 그 시절에 백만명이 봉기했다니! 찍어 누르는 권력도 강하지만, 항거하는 민초들의 힘은 그 보다 더 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이길 때까지 싸우거나, 죽을 때까지 싸우라'는 실천적 삶을 살다간 혁명가의 자세가 돋보였다.
나의 두뇌회로에서는 ‘나라 없는 나라’라는 제목에서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제목이 연상되었고 자연스럽게 ‘눈먼 자들의 도시’로 이미지가 이어졌다.
전혀 다른 제목이지만 어쩌면, 의미면에서는 일맥상통한 면이 계속 겹쳐져 공통분모를 찾고 있었다.
눈을 번연히 뜨고서도 세상의 옳은 이치를 바르게 보지 못하는 자들이 있는 국가는 결국 나라 없는 나라와 같다라고 해석을 하게 되었다.
나라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120년전 과거에도, 21세기 현재에도 발생했고, 유추하건데, 불행하지만 미래에도 반복될 것만 같으니 이 눈먼 자들만 있는 나라없는 나라를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관군에게 잡힌 것도 아니고 동지의 배신으로 인해 밀고 당해 잡혔다하니 한편으론 동지의 적은 동지인 셈이 되었다. 동학혁명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많은 역사가 바뀌었을까?
우리의 역사를 진실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조명해보는 일은 분명 필요하기에, 누군가가 해야하는 일이다.
국사 교과서마저 권력자들이 재편하겠다는 ‘나라 없는 나라’에서는 더욱이 사수하여야 할 역사적 진실이며 고수해야할 작업이다. 권력가들의 손아귀로 넘어가는 역사는 어떻게 왜곡이 될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가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지만, 작가는 훌륭한 역사가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작가의 외침처럼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이라는 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자긍심이 느껴졌다.
민초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나라, 그런 나라는 좆도, 나라도 아니여! 라는 민중들의 외침은 120년이 지난 지금도 외칭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사까지도 지들 입맛대로 고치려는 나라, 그런 나라는 좆도 나라도 아니여! 라는 외침이 120년 뒤에는 결코 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역사가 흔들리는 이 시기에 우리의 반듯한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죽비이다. 딱!!!
그란디, 마지막으로 굳이 아쉬운 점을 찾을라치믄, 장편에서는 모름지기 찐득한 연애사, 아니 남녀상렬지사가 간간히 양념이 되어야 맛깔이 나는디, 어라? 을개가 겨우 감례 저고리 섶에 손 한번 넣어보는 것과, 떠나는 이철래 앞에서 호정이는 저고리도 아닌, 버선발을 벗어보이는 것이 전부라니!!! 쩝, 아쉬운지고...... 이 작가는 역사의식은 투철하나, 연애감정은 취약하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