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작부터 깊이에 빨려 들어가는,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려했는데, 손으로 다시 쓰다듬어 촉감을 확인해 보고싶은, 직조 잘된 천같은 문장들어쩐지 어딘가에 인용하고픈, 나도 비슷한 생각이나 느낌이 있었음에도 이렇듯 적확하게 표현해보질 못해 답답했음직한, 그런 문장들

예를 들면

"그게 좋았다. 이 사람의 내부에는 빈방이 참 많구나. 내면에 있는 빈방. 내가 하릴없이 좋아하게 되는건 그런 종류의 것이다."(이 문장에서 돌연, 누가 생각남. 누굴까)

나에게도 그런 빈방이 있다면 그 방에 과묵하고 고독한 손님을 들이고싶다.

낯선 손님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무런 댓가도 받지않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과거의 행적도 묻지않을 것이다.

침착한 공기와 평화로운 시간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목적의 전부인 그런 방"

"나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을 존중하지만 그들과 진심으로 가까워진 적은 없다. 하지만 근육질의 영혼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 나는 거짓에 익숙하지 않은만큼 진실에도 익숙하지 않다."

"사랑은 인간이 가질수있는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지만 그 에너지는 언제나 예민한 결핍과 상처에서 발생한다."

"나는 인생에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인생도 멸시 받아서는 안되며 각각의 인생은 각각의 방식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은 의심하지 않는다.

인생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면 인생의 끝 역시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슬픔을 표현하는 것,

그것은 같은 시간을 지나온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일이다. "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의견

"애도는 산자들의 것. 죽음이 뚫어놓은 구멍을 메우기 위한 산자들의 의식. 그것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수행하는 인간의 제도에 불과하다.

죽음을 완성하고 승인해서 죽은자의 삶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떼어 내겠다는 뜻. 죽은자의 세계에서 보면 추모라는 형식자체가 이미 모욕. 이미 나 자신이 그 모욕의 일부가 아닌가"

김은 지극히 개인적인 죽음에 대한 인간의 도리를 생각하고, 최는 집단적, 사회적(살인에 가까운) 죽음에 대한 도리를 생각했을까..

출간은 훨씬전이라 세월호 사건을 예감한것도 아닐텐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최근의 강의에서 '애도마저도 국가가 장악을하고있다'. 라고 들었다. 진정한 애도란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화가 되어야한다는 내용이 불현듯 생각났다.

   

한 친구의 돌연한 부음을 받고 장례식장에 가는 네명의 친구들.

각자 그 친구와 관련된 경험과 추억들을 동일한 시간에 각자의 스팩트럼으로 깊숙이 흔들어 끌어올린다.

분명한 것은 장례식장을 가는 내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상황을 같은 시간대에 똑같이 경험하는데도 자신이 체감하는 내용은 모두가 1인칭으로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죽음에 대한 정리도 그렇게)

밤 새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으며, 가는 동안 각자에게 죽은 친구의 이름으로 문자가 몇 통씩 날아오는게 미스테리다.

죽음(자살인듯 하지만)을 예감하고 예약문자라도 남긴 것처럼

천국보다 낯선, 분명 익숙한 영화제목이다. 책 제목과 13개의 소제목은 기존영화 제목들과 동일한가보다.(모르는 영화가 더 많기에 짐작만 했는데 사실 그렇다한다.)

5명은 영화 동아리 친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그런지 제목뿐만 아닌라 내용에서도 영화적 모티브가 많이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도 영화처럼 끝난다.

"그들을 비추고있던 카메라가 천천히 새벽의 허공을 향해 솟아 올랐다.

하늘의 한가운데서 카메라가 정지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한 느낌으로 마감한다.

이장욱, 시인이자 소설가란다. (이런 욕심많은 **)

그래서 그런지 보석세공가가 세심한 손길로 잘 다듬어 놓은 듯 문장이 정제되어 있다.

작가 이장욱, 새로운 발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