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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오래전, 허삼관 매혈기라는 슬픈 제목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다.
사람이 죽으면 가는 영계에서의 이야기다. 슬프게도 그 곳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난다. 묘지조차 없는 사람과 초호화 묘지를 갖는 사람.. 고급 수의를 입은 사람과 싸구려 수의를 입은 사람, 그것도 못입어서 일상복을 입은 사람. 묘지가 있는 사람은 묘지에 들어가서 안착을 하지만, 없는 사람은 영계에서 떠돌아 다닌다.
첫날은 아내를 둘쨋날에는 ‥ 그러다 일곱째날에는 친부가 아님에도 결혼까지 포기해가며 평생을 헌신해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이렇게 빨리오다니‥ 여기서 매일 너를 그리워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구나"‥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버지 이제 또 함께예요".
'나와 아버지는 영원한 이별 뒤에 다시 만났다. 체온도 없고 숨결도 없지만 우리는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이 곳은 가난도 부유함도 슬픔도 고통도 원수도 원망도 없다. 전부 죽었고 평등하다. 이 곳은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이다.'
모든 불평등의 요소가 다 제거되 버린 마지막 세계이다.(뼈만 남으니 미추마저도 평등한가?)
핑게 없는 무덤은 없듯이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묘지가 있는 영혼들 마저 떠난 영계에는 비로소 모든 외형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독특한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