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소리 - 위기의 고려, 불을 품은 마을 오늘의 청소년 문학 41
박윤규 지음 / 다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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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을 때는 낯선 용어들로 어렵게 느껴지지만 용어의 뜻을 알고 나면 그다음부터 이야기는 술술 읽힌다.

철소, 상호장, 부호장, 불편수, 쇠부리, 골편수 등 철소와 관련된 낯선 용어가 많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친숙해지고 나면, 어느새 나는 1200년대 충주의 다인철소로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쇠를 다루는 마을인 철소라는 낯선 소재, 치열한 전투 장면, 그리고 민중이 하나 되어 싸우는 모습, 세 아이가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월악산 주변 어딘가에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 같다. 단 한 줄의 사실적 기록만으로 정말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것만 같이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의 상상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의 순간에도, 아이들은 성장했고, 꿈을 꾸는 멋진 『불매소리』의 이야기가 노래의 구절과 함께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우리의 '중꺽마'정신!

중요한 건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정신을 품고, 우리 아이들이 각자의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길, 그것을 이 책이 전해주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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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날 메모리 도넛문고 9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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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항상 그때의 감정과 함께 우리의 의식 아래 저장된다. 좋은 기억은 좋았던 감정과 함께 더 좋게 포장되기도 하고, 안 좋았던 기억은 그때의 불쾌한 감정과 함께 더 안 좋게 남아 우리를 힘들게 한다. 기억은 이렇게 감정에 의해 변형되어 때로는 왜곡된 채로 저장된다. 작가는 이런 기억의 특징을 소재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서우진의 행성에서는 자신들의 경험과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의식에서 끄집어 내어 외부의 서버에 저장한다. 따라서 자신들의 기억이 왜곡될리 없이 팩트 그대로 저장된다. 필요할 때마다 그 데이터를 꺼내 살펴보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참 편할 것 같다. 적어도 객관적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있으니 하나의 기억으로 딴소리를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구인들은 다르다. 지구인에게 있어 의식과 연결되지 않은 기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통 이런 기억들은 잠재의식, 무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지만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기억이 있는 경우 우리는 그 기억을 부정하거나 망각할 수도 있고, 나에게 유리하게 변형하고 왜곡해서 저장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의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작품 속의 주요인물인 은경(아라의 엄마), 아라, 채린도 그랬다. 셋 모두 자신의 기억을 어느 정도 부정하고 망각하고 왜곡한 채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고통을 피하고 있었다.


작가가 두 소녀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소녀 모두 아빠의 부재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있다. 상처를 대하는 둘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아라는 그저 주목받지 않고 체념하는 태도에 익숙해진 채 자신의 상처들을 숨기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라는 자신과 다르게 매사에 당당한 채린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채린도 아라가 마음에 든다. 자신이 겉으로 웃지만 속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거나, 울고 싶은 자신을 대신하여 울어주는 아라가 곁에 있어 좋다. 하지만 그런 친구가 곁에 있어도 외로웠고, 답답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았다. 순간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하고 쾌감을 주는 일탈의 행위, 어쩌면 이 일탈의 끝까지 가다 보면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두 소녀가 상담가인 우진을 만나 자신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마주하고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을 분출하고 오해를 해결하며 화해를 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는 과정에 감정과 생각이 덮여 기억은 끊임없이 변화하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인간의 정신적인 성숙과 창의적 사고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죽도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시간이 흘러 세월에 바래지면서 '그땐 그랬지, 그런 경험을 했으니 난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어려움을 또 잘 극복해 낼 거야'라든지 '아 그땐 몰랐는데, 이 경험은 나에게 이런 의미가 있었고, 이런 통찰력을 주었어'라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잊고 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변화하는 기억은 우리에게 사유와 성찰,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불러온다.


작가는 상처뿐인 것 같았던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분명 그 안에 숨겨진 사랑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라는 기억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설움을 대신 뱉어내주고, 자신을 끝까지 보호해 주려 했던 채린의 마음을 깨달았다. 채린 또한 자신을 내내 걱정해 주던 아라의 마지막 표정, 가장 편했던 친구를 가장 만만하게 여기며 비겁하게 행동했던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본다. 그리고 이 둘 옆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함께 하며 사랑으로 지지하던 좋은 어른들도 분명 있었다. 불완전했던 기억을 새롭게 꺼내보며 그동안 놓치고 있거나 잊었던 것들을 찾고, 사랑과 우정을 깨닫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고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가며,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둘은 결국 기억을 넘어 서로의 마음이 닿게 된다. 그들이 만난 것은 그들 속에 잠들어있던 기억뿐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회환, 그리고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두 소녀의 상처와 갈등을 딛고 일어서는 우정과 화해의 순간이 멋진 소설 『우리가 만날 메모리』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망각.
직윈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지워 버린다. 기억이라는 것이 불쑥불쑥 예고없이 찾아들어 자꾸만 쿡쿡 쑤셔 대며 상처를 남기기 대문이다. 그 잔인한 기억으로 인해 자신이 더 다치는 것을 보고싶지 않기 때문에 그 기억을 차라리 모두 지워 버리는 것이다. 까맣게 지워 버려야 살 수 있는 것, 지구인에게 기억이란 종종 그런 것이다. - P120

그저 오롯이 이 지구 여행의 기억을 내 불완전한 의식, ‘마음‘에 저장해 두고 싶어졌다. 시간이 흘러 내 기억이 부정확해지고, 내 기억이 흐트러져 꾸며지고 왜곡되고, 그렇게 먼 훗날 이 경험들이 희미하게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어쩐지 그러고 싶어졌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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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도넛문고 8
이재문 지음 / 다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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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학생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인 판타지 성장소설이다. 마법을 소재로 자신에 대한 믿음, 자존감,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따뜻한 책이다. 청소년 기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만한 고민이거나,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주변에서 봤을 법한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 책이다.


책에서는 가족문제, 친구 문제, 학교폭력과 같은 친숙하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만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엄마가 누군지 모른 채 아빠와 지내고 백반증을 앓고 있어 친구들에게 소외되는 은서, 일진 무리에 끼어있지만 찐따로 무리의 대장에게 은근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하람, 가족의 상실과 죄책감을 가슴에 품고 사는 서윤이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들을 도와주는 좋은 어른들도 있다. 초코바를 나눠주며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민희 선생님 그리고 학교 근처에서 마녀 아틀리에라는 이상한 가게를 운영하는 진짜 마녀일지도 모르는 마녀 할머니가 있다.



우연하게 마녀 할머니와 인연을 맺으며 마녀 아틀리에의 제자로 들어간 은서는 자신에게도 저주를 불러오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할머니가 진짜 마녀라면 자기도 마녀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셋은 마녀 아틀리에와의 인연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답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우리 마녀 아틀리에에서는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어요.

간절하기만 하다면요.

손님 또한 간절히 원하는 게 있지요?

손에 든 그 제품이 손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기 바랍니다.


청소년기 자아는 성장하고, 주변 환경은 소용돌이치고, 여기저기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요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사고는 자기중심적이고 판단력은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주변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 좋은 어른과 좋은 친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외롭고 고립된 아이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는 이 세 친구에게 마법 같은 순간과 기회를 제공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런 도움도 무척 중요하지만 사실 진정한 바람과 소원, 문제 해결은 스스로 용기를 내고 그 문제에 대면하는 것, 그리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처럼 문제 해결의 답은 이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마법은 그 모든 답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줄 뿐이다.


셋 모두 마법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실제 문제 해결에는 마법보다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바로 자신을 온전히 믿는 힘.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 깨닫고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그것이다.


이봐요, 어린 마녀. 똑똑히 알아 둬요.

저주를 풀기 위 해선 손수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걸.

바로 간절한 마녀의 마음이죠.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믿어야 해요.

마법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고.

기적 같은 거.

근데 우습게도, 자기를 온전히 믿는 것이야말로

기적만큼이나 어려운 거예요.


나는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마법 재료가 아닐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나에 대한 믿음, 내 능력에 대한 믿음, 내 바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실패든 성공이든 다 경험해 보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꿈을 꾸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존감'이지 않을까?

자존감을 갖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 한다는 것이다. 책임을 다하는 자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가 두렵지 않다. 어떤 모습이든 최선을 다한 자만이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고,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어 보고 싶은 학생들과 그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해리포터 식의 휘황찬란한 마법은 볼 수 없지만 잔잔한 마법과 같은 순간들을 느낄 수 있는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봐요, 어린 마녀. 똑똑히 알아 둬요.

저주를 풀기 위 해선 손수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걸.

바로 간절한 마녀의 마음이죠.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믿어야 해요.

마법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고.

기적 같은 거.

근데 우습게도, 자기를 온전히 믿는 것이야말로

기적만큼이나 어려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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