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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복잡한 세상사, 다양한 인간사 속에서 적어도 우리만큼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328
"우리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보수냐 진보냐는 단순한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어떤 시선과 태도로 바라보며 살아가는가를 결정짓는 질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질문은 너무 오랫동안 이념적 낙인과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보수는 기득권, 진보는 불온한 세력으로 치부되며 서로를 향해 비난하고 배척해 왔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최강욱·최강혁 형제가
"진짜 보수는 무엇이고, 진짜 진보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극단과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공존과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보수와 진보의 진짜 의미를 탐색한다.
이 책을 통해 프랑스 혁명 이후 시작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개념을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 개념을 인식해왔는지 깨달았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의미가 왜곡되었다.
'보수=친일=기득권', '진보=좌파=빨갱이' 라는 프레임은 본래의 보수와 진보 이념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기 위한 도구로 쓰여 왔다.
본래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는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처형 문제를 두고 대립했던 지롱드파(우파)와 자코뱅파(좌파)에서 기원한다.
부유층을 대변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 지롱드파는 보수적 가치에, 서민층을 대변하며 급진적 변화를 추구한 자코뱅파는 진보적 가치에 가깝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질서, 전통, 안정, 공동체, 책임이다.
기존의 질서와 제도를 존중하며, 급진적인 변화보다 점진적 개선을 통해 사회의 안정을 추구한다.
반면 진보는 평등, 자유, 혁신, 권리 확대, 사회적 변화와 같은 가치를 중요시한다.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에 맞서며, 구조적 개혁과 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한다.
그러나 사회는 보수, 진영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진보가 미래를 열면, 보수가 균형을 잡는다.
진보 없는 사회는 정체되고, 보수 없는 사회는 흔들린다.
앞서 소개한 문장처럼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쪽 날개가 균형을 잡고 가며 움직인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으로 본다.
-로버트 니스벳
p.94
사회 뿐 아니라 개인도 보수성과 진보성을 모두 지닌 복합적인 존재이다.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며 나 또한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 모두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특별한 장치는 '봉수씨'와 '진봉씨'라는 상징적 인물들이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을 추상적인 이념이 아닌, 실생활의 언어로 접하게 된다.
빈부격차, 복지, 교육, 평등, 성소수자 등 현실의 문제들을 두 인물이 각자의 관점에서 토론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을 비추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킹스맨》, 《죽은 시인의 사회》,《기생충》, 《설국열차》,《머니볼》 등의 영화를 소개하며, 각기 다른 가치의 충돌과 사회 구조를 보여주며 보수와 진보가 작동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이쯤 읽고 나면 진짜 보수와 진보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보수는 이로워야 하고, 진보는 의로워야 한다.
그러나 보수가 질서를 빌미로 기득권만을 유지하려 하거나,
진보가 정의를 내세워 권위주의에 빠질 때,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변질된다.
진정한 보수는 사회의 뿌리를 지켜나가며 공존을 고민해야 하고,
진정한 진보는 불의를 고발하면서 책임있는 변화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언어는 오염되고 왜곡되어 있다.
변질된 언어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우리는 이제 보수와 진보, 좌파 우파에 씌어진 편견을 걷어내고, 혐오와 공격이 아니라 대화와 공존의 언어로 바꾸어야 한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생각했었다.
불평등에 분노하고,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도 보수적 감각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질서를 중시하고, 변화에 신중하며 현실적 조건과 그 영향을 먼저 고민한다.
그러나 여전히 더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를 바란다.
나또한 한쪽으로 편향된 사람이 아니었다.
늘 균형을 고민하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기를 바라는 하나의 시민일 뿐이다.
보수든 진보든, 서로를 적대시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기 위해 대화해야할 상대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며, 권위주의적 태도를 경계해야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이해하기 쉽게 써진 책이다.
앞으로 보수와 진보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교과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입문용 도서로 권하고 싶다.
나 역시 내 아이에게 꼭 읽어보라고 할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