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건 뭘까?
책을 읽고, 누군가의 글을 감탄하며 소비하는 내가
이제는 직접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글이란 건, 결국 나와 대면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소중하지 않은 삶,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
누구의 이야기든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사연이 있고, 그것은 얼마든지 글이 될 수 있다.
양다솔 작가도 그렇게 말한다.
모두의 삶은 글감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글쓰기는 분명 더 쉬워진다.
하지만 꼭 특별한 사건이나 엄청난 감정이 아니더라도,
그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거창한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아온 날들이 모두 하찮고 쓸모없는 건 아니다.
그 속에도 분명히 글이 될 만한 무언가가 있다.
문제는 내가 그것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자기 고백이자 자기 해석의 과정이다.
그래서 글은 문장이 아니라 나를 향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양다솔 작가의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에서도 글을 쓰려는 이들에게 이렇게 권한다
"먼저 당신 자신에 대해 써보세요."
그래서 이 책의 첫 번째 목차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써보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글쓰기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기 이전에 나를 이해하고, 나로서 살아낸 시간들을 꺼내 마주 보는 것이다.
이후 이 책은 '나'라는 존재에서부터 시작해, 나의 감정, 관계, 장소와 사물, 순간들로 조금씩 글쓰기의 방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이끌며 마지막에는 익숙한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글쓰기까지 쓰도록 돕는다.
우리는 글을 쓰며 나를 세상과 연결해간다.
누군가 글감을 던져준다면 빈 문서에 첫 문장을 쓰는 일이 조금은 덜 막막할 것이다.
나도 작년에 짧은 글쓰기를 하며 매일 글감을 받아 글을 쓴 적이 있다.
나 혼자 쓰는 것보다 글감을 받아쓸 때 글쓰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느낌,
아니 적어도 일단 뭐라도 쓰게 된다는 점이 참 좋았었다.
양다솔 작가는 누군가 주제를 건네준다면 혼자 글을 쓸 때보다 더 낫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일단 무엇이든 쓰게 될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는 일주일에 한편씩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글감과,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다정한 문장이 담겨있다.
글쓰기를 멈추었던 나에게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주는 책이다.
일주일에 한 편, 해볼 만하지 않은가?
한동안 '무엇을 써야 하지?'란 질문 앞에 멈춰 서 있던 나에게 위로를 보내줌과 동시에,
글쓰기의 세계로 다시 한번 초대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