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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영미 스릴러 소설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푸른숲에서 발간예정이다. 나는 출판이 되기 직전 가제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참 반갑다. 특히 이런 더운 여름에 얼마나 이러한 스릴러의 출간이 얼마나 좋던지. 또한 어찌나 강렬한 제목인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아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다.
과연 죽여 마땅한 사람이란 어느 사람일까. 자연히 사형제도에 관해 떠올랐다. 참 뜨거운 화두. 생명의 존엄성과 오판과 악용의 가능성 등을 들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범죄 예방과 용서할 수 없는 죄에 대한 처벌의 입장에서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는 사형을 당해 더 큰 범죄를 미리 막았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그 '용서할 수 없는 범주'가 어느 정도 선이냐는 데서 또 한차례 고민이 생긴다. 이 소설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까?
이 소설은 1인칭의 시점을 가지고 전개되며 시점이 수시로 교차된다. 각 1, 2,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릴리와 테드가, 2장에서는 릴리와 미란다가, 3장에서는 릴리와 형사 킴벌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각 인물의 시점에서 볼 때 상대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르고 있고, 거기에 그 사실을 파헤치려는 점이 참 흥미롭게 다가오는 구성이다.
공항의 법칙. 헤어질 것이고 평생 다시 볼 일도 없을 것이다. - p.16
바람을 핀 부인을 둔 테드는 공항에서 우연히 릴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고, 테드는 술을 마시며 아내에 관해 털어놓다가 점차 부인을 죽이면 어떨까 하는 릴리의 생각에 동화된다. 릴리는 사람이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며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일에 살인을 비유하며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고 말한다.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 아니니까요. - p.54
그녀는 그의 부인이 '죽어 마땅한 부류'같다고 주장하고 테드는 점차 그녀의 생각에 매료되어 실제로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교차편집되는 릴리의 이야기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로 13살짜리를 건드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테드의 현재와 릴리의 과거.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지만 그들이 현재의 공모자라는 것만으로도 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이어지는 릴리의 사랑이야기. 그녀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인 에릭 워시번을 사랑하게 되어 그가 다니는 사교클럽에 초대를받아간다.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p.125'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지내다가 미란다와 에릭이 헤어진 뒤 에릭과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진로문제로 떨어져 지내게 된 후 주말에만 만나다가 우연히 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2장에서는 1장의 마무리에 관한 사실에 관한 수사와 더불어 그의 아내 미란다와 릴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는 과거에 에릭의 바람녀였고, 릴리는 그녀가 '양다리의 피해자'인지 혹은 '양다리의 공모자'인지에 관한 사실을 확인하여 그녀가 어느 부류의 사람이고, 어떻게 자신이 대처해야하는지에 관해 줄곧 생각한다.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음모.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2장의 마지막이 될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 하게 만든다.
각자 자신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여자들. 그들은 '살인'을 '사냥'이나 '오래동안 긁지 못해 가려운 곳'에 비유하는데 이 어찌나 가여운가? 해결 방법을 살인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자신들은 '선택지'가 넓은 것이라고. 일반 사람들이라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런저런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은 거기에 '살인'이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이고 딱히 쉬운 길을 버리고 더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이라는 말.
2부에서도 소소한 반전이 이어진 후 이어지는 3장에서는 형사 킴벌과 릴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는 사건에 릴리가 관계되어 있을 관련성은 극히 낮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강한 직감으로, 그리고 그녀의 매력에 매료된 채로 그녀를 끈질기게 파헤치게 된다. 마지막의 아버지의 편지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 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 p. 407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딱히 강렬하고 섬뜩한 묘사는 없지만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제목에 기대한 기대치만큼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의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상대를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러한 그들이야말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많이 나간 생각도 해봤다. 더운 여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