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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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참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기괴할 정도로 가혹하다. 매체에는 빼빼 마른 연예인들이 연일 나오며 그들이 먹는 식단 등이 공유되고 있다. 모두들 아름다움에 대해 어떠한 기준을 두고 있다. 그것에 부합되는 자신을 갖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피부미용을 하고, 심지어 성형을 한다. 이 책은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그 두 가지 가치를 황금비율과 연관시켜 나간다.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 기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비가 와서 습기가 찬 창문에 손으로 쓴 듯한 모나리자 바이러스라는 문구가 있는 표지가 특이하다. 특이한 제목이다. 모나리자 바이러스. 처음엔 지역명으로 된 장마다 사람들이 나오며 그들이 누구인지 혹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별히 독특한 구성은 아니지만 장편소설인 경우 끊어읽게 될 때 초반에 적힌 이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각 장마다 분위기가 다른점이 매력적이라 끊김 없이 술술 읽게 되었다. 초반엔 크게 세가지 상황으로 나뉘는 듯 보인다. 헬렌과 사건을 조사하는 FBI들. 어느 곳에선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의 실종과 벌의 떼죽음, 컴퓨터 바이러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


미국의 각 연방주를 대표하는 딸들이 탄 버스였다. 이들은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투자해 키워놓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 p. 52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바벨 바아시는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으로 부를 얻은 인물이다. 황금비율과 아름다움도 일종의 바이러스로 여긴 파벨 바이시. 두 가지의 이유로 인해 그는 아름다움에 반기를 들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공격한다. 그에 희생양이 된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은 신문과 뉴스에 나오며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발행해 벌들이 집단 폐사하고 있었다. 또한 잡지와 신문, 인터넷 등 온갖 매체들의 디지털 사진들이 공격받아 끔찍하게 변형되어 나왔고, 파벨 바아시의 유명한 백신 프로그램 회사도 이를 치료할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요즘같은 시대에 사진에 바이러스가 침투한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미디어 시대. 시각적인 홍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 시대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품 속 여자들은 시대가 지날수록 말라가고 있어요. 아니, 날씬해졌다고 해야할까요? 뭐, 문화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거식증이라고도 할 수 있고. - p. 102

  아름다움의 가치 중 '마름'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온다. 일에 휘말린 신경미학자 헬렌은 예전엔 모델 일을 했었다는 특이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딸 메들린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 헬렌과 떨어져 있다. 그런 와중 메들린이 사라지는 일이 생기게 되면서 헬렌의 모든 일상이 뒤집힌다. 그녀는 어떤 그림을 연구하기 위해 출장을 준비중이었는데 메들린을 만날 수 있다고 믿기에 경찰이 아닌 본인이 직접 만나러가게 되면서 계획된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책은 비율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한다. 하느님의 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벌의 비율은 황금비율. 꽃의 비율도 황금비율. 그리고 헬렌의 연구는 그림 등의 예술품에 보이는 특정 비율이 뇌에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한편 납치된 여자아이들이 미를 파괴하는 성형으로 인해 기괴한 모습으로 되돌아오자, 그들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던 무리는 점차 아름다움에 대한 반기로써의 시위로 변모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시대. 우리의 딸들은 왜 납치되었는가? 왜 아름다움을 평가받기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를 떠나 멕시코로 가야만 했는가?

아름다운 사람이 덜 아름다운 사람에 비해 덜 똑똑하다는 건 때로 편견이 아니라 사실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자신이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니까요. - p. 188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이상에 악마라는 낙인을 찍은 것. 아름다워지는 데 혈안이 된 현대사회에 종말을 선언한거죠.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추함으로 바꿔버린 거예요. - p. 468


  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유전자처럼 개체에서 개체로 복제되는 사상이나 가치를 말한다. 1976년에 만들어진 용어로 문화의 복제역할에는 중간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을 밈이라고 한다. 파벨 바아시는 밈에 비유하여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아름다움이란 힘이다. 웬만한 상황에서 아름다움이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아름다운 사람에겐 괜히 눈길이 한번 더 가는 것 처럼. 파벨 바아시의 계획은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그의 모든 계획이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그의 마지막 계획은 모나리자 그림에 있다.


순식간에 모든 악은 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 p. 438


모나리자 바이러스의 종말. 바이시 바이러스의 모든 주주들과 임직원들을 위한 축제날이면서 전 세계의 축제날이었다. 마침내 디지털 괴물들이 모두 이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좀비의 시대는 끝났다. - p. 477


  파벨 바아시의 계획 실행 이후 그의 회사사람인 챈들러는 자신의 보안을 뚫고 들어온 누군가에 의해 존재를 모르고 있던 '뷰티'폴더를 발견한다. 그 폴더로 인하여 모나리자 바이러스에 의하여 '끔찍하게 변형된'사진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아름다움'을 '선'이라 말하며 '끔찍한 변형된 모습'을 '괴물'이나 '악'이라 부르는 원래의 세상으로. 공감각자만 들을 수 있다는 그림의 말. 말하는 그림.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살라이의 모나리자는 각각 다른 말을 말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책의 마지막까지도 말한다. 라 벨라차!(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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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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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스릴러 소설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푸른숲에서 발간예정이다. 나는 출판이 되기 직전 가제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참 반갑다. 특히 이런 더운 여름에 얼마나 이러한 스릴러의 출간이 얼마나 좋던지. 또한 어찌나 강렬한 제목인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아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다.


  과연 죽여 마땅한 사람이란 어느 사람일까. 자연히 사형제도에 관해 떠올랐다. 참 뜨거운 화두. 생명의 존엄성과 오판과 악용의 가능성 등을 들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범죄 예방과 용서할 수 없는 죄에 대한 처벌의 입장에서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는 사형을 당해 더 큰 범죄를 미리 막았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그 '용서할 수 없는 범주'가 어느 정도 선이냐는 데서 또 한차례 고민이 생긴다. 이 소설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까?

​  이 소설은 1인칭의 시점을 가지고 전개되며 시점이 수시로 교차된다. 각 1, 2,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릴리와 테드가, 2장에서는 릴리와 미란다가, 3장에서는 릴리와 형사 킴벌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각 인물의 시점에서 볼 때 상대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르고 있고, 거기에 그 사실을 파헤치려는 점이 참 흥미롭게 다가오는 구성이다.


공항의 법칙. 헤어질 것이고 평생 다시 볼 일도 없을 것이다. - p.16


  바람을 핀 부인을 둔 테드는 공항에서 우연히 릴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고, 테드는 술을 마시며 아내에 관해 털어놓다가 점차 부인을 죽이면 어떨까 하는 릴리의 생각에 동화된다. 릴리는 사람이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며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일에 살인을 비유하며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고 말한다.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 아니니까요. - p.54


  그녀는 그의 부인이 '죽어 마땅한 부류'같다고 주장하고 테드는 점차 그녀의 생각에 매료되어 실제로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교차편집되는 릴리의 이야기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로 13살짜리를 건드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테드의 현재와 릴리의 과거.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지만 그들이 현재의 공모자라는 것만으로도 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이어지는 릴리의 사랑이야기. 그녀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인 에릭 워시번을 사랑하게 되어 그가 다니는 사교클럽에 초대를받아간다.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p.125'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지내다가 미란다와 에릭이 헤어진 뒤 에릭과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 진로문제로 떨어져 지내게 된 후 주말에만 만나다가 우연히 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2장에서는 1장의 마무리에 관한 사실에 관한 수사와 더불어 그의 아내 미란다와 릴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는 과거에 에릭의 바람녀였고, 릴리는 그녀가 '양다리의 피해자'인지 혹은 '양다리의 공모자'인지에 관한 사실을 확인하여 그녀가 어느 부류의 사람이고, 어떻게 자신이 대처해야하는지에 관해 줄곧 생각한다.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음모.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2장의 마지막이 될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 하게 만든다.


  각자 자신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여자들. 그들은 '살인'을 '사냥'이나 '오래동안 긁지 못해 가려운 곳'에 비유하는데 이 어찌나 가여운가? 해결 방법을 살인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자신들은 '선택지'가 넓은 것이라고. 일반 사람들이라면 상황이 닥쳤을 때 이런저런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은 거기에 '살인'이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이고 딱히 쉬운 길을 버리고 더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이라는 말.


  2부에서도 소소한 반전이 이어진 후 이어지는 3장에서는 형사 킴벌과 릴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는 사건에 릴리가 관계되어 있을 관련성은 극히 낮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강한 직감으로, 그리고 그녀의 매력에 매료된 채로 그녀를 끈질기게 파헤치게 된다. 마지막의 아버지의 편지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 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 p. 407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딱히 강렬하고 섬뜩한 묘사는 없지만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제목에 기대한 기대치만큼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의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상대를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러한 그들이야말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많이 나간 생각도 해봤다. 더운 여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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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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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소설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는다. 일본 소설은 고등학교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은 것이 첫 시작인데, 그 후로 그녀의 책을 모조리 섭렵하고 나서야 에쿠니 가오리를 접했었다. 그녀의 소설 중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낙하하는 저녁'을 한 번 더 읽었고, 오랜시간 그녀와 떨어져 있다가 거의 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라마화까지 되었다는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란 이누야마 집안의 가훈이다. 아버지는 바람을 펴서 딴 살림을 차렸지만 결국 이혼해 각각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전의 모두가 즐겁게 살던 시절은 '2번가 집'이라는 표현으로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한다. 그 것은 자매의 삶에 추억으로 간직되어 힘들고 어려운 때 '그리운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도록 자리잡혀 있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어느 자매에게는 애증의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첫째인 아사코는 마치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여자같다. 그녀는 남편의 기분을 살피고 그가 만족하면 자신도 만족한다. 충족되었다고 느낀다.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얼마나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은지.. 그녀는 그가 그립고 그가 없으면 외롭고 불안하다고 느끼면서도 '구니카즈가 없는 평일의 시작인 월요일이먼 왜 그런지 몸도 마음도 가볍다(본문)' 느낀다. 그녀는 자주 독신시절을 회상한다. 화장을 하면서 독신시절에는 화장을 외출할 때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던지 쇼핑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던지. 그러나 현재 그녀에게 그 시절의 자신은 이해할 수없는 까마득한 사람일 뿐이다.


  그녀가 자신의 자매들에게 사정을 들켜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거짓을 말하며 자신이 '충족되어 있고 남편을 지킬 수 있는 행복한 인간(본문)' 이라고 느낀다. 소설속에선 아사코가 장을 보는 모습이 자주 묘사가 된다. 그런 때에도 아사코는 주로 그녀의 남편을 떠올린다. 그런 장보는 시간에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아사코가 확신하는 여자가 종종 눈에 띈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기이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폭력을 당해 손을 불편하게 움직이는 여자를 위해 우유를 그녀의 카트에 넣어준다. 그것은 아사코가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라 그에 앞서 손이 먼저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충족된 기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아사코는 그녀-아이하라 유키에-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에게 말하면서 아사코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본문)'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둘은 충동으로 가정에서 '도망친다'. 유키에를 보고 자신의 현재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아사코는 '평범한 바깥'으로 돌아가고 싶은 느낌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갈 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녀가 부른 자매들과 거나하게 마신 후 그녀는 용기를 얻었다고 느낀 후 남편에게 돌아간다. 그녀에게 남편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불쌍한 어린애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역시 '내 집이 제일 좋네(본문)'하고 생각한다. 유키에가 일을 찾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녀를 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고독만큼 두려운 것이 없다며. 그리고 불행속으로 잠겨들어간다.


  그리고 아사코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하여 깨어난 듯한 기분을 받게 된다. 그녀에게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 그녀는 남편의 목조름과 같은 폭력에서 생존본능이 아닌, 처음으로 의지로 인한 반항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남편인 구니카즈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으로 여기며, 자신만을 기다리고 자신을 위해 기분맞춰주려 애쓰지 않는 그녀를 이방인 처럼 느끼게 된다.


  둘째인 하루코는 이혼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똑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사랑만을 열렬히 원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런 그녀는 구마키라는 연인과 만난다. 그는 돈을 잘 벌지는 못하지만 집안일을 두말없이 도맡아하는 상냥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는 그를 두고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 그 행위를 그녀는 '좋은 말이 있으면 한번 타 보고 싶어지는(본문)'행위에 비교한다. 그녀는 승마를 취미로 삼고 있다. 그런 그녀는 익명의 편지를 계기로 그녀의 그러한 행동을 구마키에게 들키게 된다. 죄책감으로 인한 과잉방어 후 구마키는 더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메일을 남기고 그녀를 떠난다. 남자를 숭배하는 듯 보이던 그녀는 남자가 떠난 후 놀랄만큼 침착하다.


  자유분방한 셋째 이쿠코는 연애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생활을 한다. 그런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웃 집의 가정주부를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모양처라고 생각하며 동경한다. 그 가정주부와 10분정도 안면을 트고 이야기를 한 날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가 원하는 건 가정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매일 아침 전화를 하고 또 아버지에게 종종 찾아간다. 그리고 아사코의 일을 알게 된 후로는 아사코에게도 매일 아침 전화를 한다. 그녀는 선망하는 옆집 주부의 소개로 그녀의 아들인 기시 마사아키와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가 만나던 사람들과는 다른 관계를 그녀에게 느끼게 해준다. 친구의 연인과도 스스럼없이 섹스를 하며 친구가 따져물어도 '미안해. 그렇지만 그건 너와 그사람과의 일이잖아(본문)'하던 이쿠코는 기시마사아키를 슬프게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마츠오를 거부한다. 그녀는 '뭐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생활을 바꿔보고싶다(본문)'고 말한다.


  이러한 세 자매의 이야기는 교차방식으로 전개되어 간다. 각각 다른 삶을 살고있는 그녀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의 가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현시켜 가고 있다. 특히 와닿았던 아사코의 이야기. 그녀의 상황은 섬뜩함 그 자체였고 무력감과 절망을 내내 진득하게 묘사하지만 끝내는 자신의 강함을 온몸으로 내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그녀들은 모순적일 것이고 이보다 더 상처받을 일도 있겠지만, '2번가 집'의 가훈이 여전히 걸려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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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컬렉션
매트 졸러 세이츠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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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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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쇼의 새 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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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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