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는다. 일본 소설은 고등학교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은 것이 첫 시작인데, 그 후로 그녀의 책을 모조리 섭렵하고 나서야 에쿠니 가오리를 접했었다. 그녀의 소설 중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낙하하는 저녁'을 한 번 더 읽었고, 오랜시간 그녀와 떨어져 있다가 거의 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라마화까지 되었다는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란 이누야마 집안의 가훈이다. 아버지는 바람을 펴서 딴 살림을 차렸지만 결국 이혼해 각각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전의 모두가 즐겁게 살던 시절은 '2번가 집'이라는 표현으로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한다. 그 것은 자매의 삶에 추억으로 간직되어 힘들고 어려운 때 '그리운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도록 자리잡혀 있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어느 자매에게는 애증의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첫째인 아사코는 마치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여자같다. 그녀는 남편의 기분을 살피고 그가 만족하면 자신도 만족한다. 충족되었다고 느낀다. 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얼마나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은지.. 그녀는 그가 그립고 그가 없으면 외롭고 불안하다고 느끼면서도 '구니카즈가 없는 평일의 시작인 월요일이먼 왜 그런지 몸도 마음도 가볍다(본문)' 느낀다. 그녀는 자주 독신시절을 회상한다. 화장을 하면서 독신시절에는 화장을 외출할 때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던지 쇼핑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던지. 그러나 현재 그녀에게 그 시절의 자신은 이해할 수없는 까마득한 사람일 뿐이다.


  그녀가 자신의 자매들에게 사정을 들켜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거짓을 말하며 자신이 '충족되어 있고 남편을 지킬 수 있는 행복한 인간(본문)' 이라고 느낀다. 소설속에선 아사코가 장을 보는 모습이 자주 묘사가 된다. 그런 때에도 아사코는 주로 그녀의 남편을 떠올린다. 그런 장보는 시간에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아사코가 확신하는 여자가 종종 눈에 띈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기이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폭력을 당해 손을 불편하게 움직이는 여자를 위해 우유를 그녀의 카트에 넣어준다. 그것은 아사코가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라 그에 앞서 손이 먼저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충족된 기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아사코는 그녀-아이하라 유키에-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에게 말하면서 아사코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본문)'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둘은 충동으로 가정에서 '도망친다'. 유키에를 보고 자신의 현재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아사코는 '평범한 바깥'으로 돌아가고 싶은 느낌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갈 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녀가 부른 자매들과 거나하게 마신 후 그녀는 용기를 얻었다고 느낀 후 남편에게 돌아간다. 그녀에게 남편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불쌍한 어린애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역시 '내 집이 제일 좋네(본문)'하고 생각한다. 유키에가 일을 찾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녀를 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고독만큼 두려운 것이 없다며. 그리고 불행속으로 잠겨들어간다.


  그리고 아사코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하여 깨어난 듯한 기분을 받게 된다. 그녀에게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 그녀는 남편의 목조름과 같은 폭력에서 생존본능이 아닌, 처음으로 의지로 인한 반항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남편인 구니카즈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으로 여기며, 자신만을 기다리고 자신을 위해 기분맞춰주려 애쓰지 않는 그녀를 이방인 처럼 느끼게 된다.


  둘째인 하루코는 이혼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똑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사랑만을 열렬히 원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런 그녀는 구마키라는 연인과 만난다. 그는 돈을 잘 벌지는 못하지만 집안일을 두말없이 도맡아하는 상냥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는 그를 두고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 그 행위를 그녀는 '좋은 말이 있으면 한번 타 보고 싶어지는(본문)'행위에 비교한다. 그녀는 승마를 취미로 삼고 있다. 그런 그녀는 익명의 편지를 계기로 그녀의 그러한 행동을 구마키에게 들키게 된다. 죄책감으로 인한 과잉방어 후 구마키는 더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메일을 남기고 그녀를 떠난다. 남자를 숭배하는 듯 보이던 그녀는 남자가 떠난 후 놀랄만큼 침착하다.


  자유분방한 셋째 이쿠코는 연애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생활을 한다. 그런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웃 집의 가정주부를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모양처라고 생각하며 동경한다. 그 가정주부와 10분정도 안면을 트고 이야기를 한 날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가 원하는 건 가정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매일 아침 전화를 하고 또 아버지에게 종종 찾아간다. 그리고 아사코의 일을 알게 된 후로는 아사코에게도 매일 아침 전화를 한다. 그녀는 선망하는 옆집 주부의 소개로 그녀의 아들인 기시 마사아키와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가 만나던 사람들과는 다른 관계를 그녀에게 느끼게 해준다. 친구의 연인과도 스스럼없이 섹스를 하며 친구가 따져물어도 '미안해. 그렇지만 그건 너와 그사람과의 일이잖아(본문)'하던 이쿠코는 기시마사아키를 슬프게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마츠오를 거부한다. 그녀는 '뭐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생활을 바꿔보고싶다(본문)'고 말한다.


  이러한 세 자매의 이야기는 교차방식으로 전개되어 간다. 각각 다른 삶을 살고있는 그녀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의 가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현시켜 가고 있다. 특히 와닿았던 아사코의 이야기. 그녀의 상황은 섬뜩함 그 자체였고 무력감과 절망을 내내 진득하게 묘사하지만 끝내는 자신의 강함을 온몸으로 내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그녀들은 모순적일 것이고 이보다 더 상처받을 일도 있겠지만, '2번가 집'의 가훈이 여전히 걸려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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