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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미 소설 : 그해, 여름손님
Call Me by Your Name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원작 소설이라는 '그해, 여름 손님'을 읽었다. 각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표지며 제목이며 딱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라 받아보고 기분이 좋았다. 책의 저자는 안드레 애치먼으로 작문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참 감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0th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장작이라는 이 책은 열일곱 엘리오와 스물넷 올리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동성애에 그렇게 세모꼴 눈을 하지 않게 된 세상이 왔지만 아직도 생소한 소재며 이야기죠.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고 하는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낭만적이고 또 감각적일지 기대가 되었다. 2007년 출간 당시 상을 수상하고 10년 후에 영화로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를 초대하는 걸로 유명한 부모님의 별장.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아 해안가의 엘리오는 '그해, 여름 손님' 스물 넷 미국인 철학 교수 올리버를 만난다. 하이든, 리스트, 바흐와 헤라클레이토스, 파울 첼란, 퍼시 셸리, 레오파르디. 철학과 예술가, 문학가를 넘나들며 대화를 나누는 둘. 엘리오는 시작점이 언제인지도 알지 못한 채 올리버에게 급속도로 빠져들어간다.
책은 뜨거운 짝사랑과 열정, 열망과 욕망 등 강렬한 감정으로 녹아내릴 듯 뜨겁다. 그러한 마음이 때로는 올리버를 죽여버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올리버와 섹스를 하는 것 같은 여자아이를 죽여버리고 싶다가도 또 둘의 섹스 장면을 생각하며 흥분하기도 하고 그 다음에 그를 다시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등 그의 존재를 이만큼이나 내가 신경쓰고 있다고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그리고 또 그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에 의미를 붙이며 홀로 타들어간다. 이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의미일까. 저런 의미일까. 그렇게 죽을만큼 괴롭다가도 또 아무렇지 않게 날아갈 것 같아진다. 그러나 책은 순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진 않는다. 감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가도 또 어느 순간 다른 여성과도 섹스하는 엘리오를 보여준다.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처럼 가벼운 감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끌린 자신을 어느 순간 두려워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강렬하게 그를 원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은 어느 순간 둘의 감정을 이어지게 만들고, 그것은 단 하루 뿐인 로마로의 여정으로 이끈다.
책 속의 감정이 너무 뜨거워 나도 함께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그래도 또 보겠다고 눈을 뜨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제목만큼이나 말 그대로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