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에세이 :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そうか、もう君はいないのか
경제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의 유작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원제는 'そうか、もう君はいないのか'로 번역하면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와닿는 이 소설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며 남긴 7년간의 편지를 모은 실화 에세이라고 한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 부부가 단둘이 있게 됐다는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독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단둘이 있는 것에도 익숙해질 때쯤 결국 영원한 이별도 찾아오리라. - p. 134
아내가 학생일 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작해 재회한 순간, 그리고 작가로서 성장해나가는 일화들로 소소히 시작하며 그들 부부의 일상을 전해주는 책은 돌연 아내의 죽음을 언급한다. 늘 함께 있던 사람의 부재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이야기에는 살짝 서운할 정도로 담담한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2부인 딸의 시선에서 보는 시로야마 사부로는 괜찮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는 다른 힘겨운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3부는 영화배우 고다마 기요시가 책을 보고 쓴 해설인데 그의 감상을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요코의 진료 희망 사항을 병원에 전달했다. 수술은 하지 않는다. 항암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인이 인정하는 백신이나 건강식품만 사용한다. 입원도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통원하면서 주사만 맞는다. - p. 157
요코가 없어진 상태에 나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 문득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 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 - p. 166
개인적으로 몇 년이나 함께 살아온 할머니의 상을 최근 겪고 난 터라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이야기 속 아내 죽음의 원인도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암이라서 더욱 그랬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그런지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주변 사람들의 상을 겪은 게 처음이라 소중한 사람의 상실에 대해 다룬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 찾았는데, 영혼의 반려자를 잃은 작가의 책이라 나보다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상실감에 대해 담담한 듯 늘어놓고 있지만 문득 보여주는 작가의 묘사를 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죽음이 얼마나 큰 변화를 겪게 하는지 알 수 있다.
매섭게 차가운 파란 신호등. 아내는 떠났다. 메모광인 아버지의 수첩에 '그날'의 빈칸에는 이 한 구절만이 적혀 있었다. - p. 176
일과 반려자. 그 두 가지만 좋아할 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하다. - p. 208
삶이란 언제나 죽음과 양면성을 띄고 있지만 죽음을 언제나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저자의 진심의 담긴 글을 보고 저자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에세이. TBS TV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니 찾아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