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김민섭 씨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비행기표 외에 다른 부분 때문에 흔쾌히 여행을 떠날 수 없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메시지를 드립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날 김민섭 씨의 숙박비를 제가 부담하고싶은데요. 2일이니까 30만 원을 지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비행기와 숙박이 해결되면 여행을 떠나기가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해서요. 업체나 그런 홍보 아니고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저희 학교 학생이라면 대부분 집이 어려워서 시간과 비행기표가 있어도 다른부분의 여비 때문에 여행을 쉽게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생각이 들어 초면에 실례를 무릅쓰고 메시지를 드려 봅니다. 아드님의 수술이 잘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김민섭 씨의 숙박비를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집안형편이 어려워 시간과 비행기표가 있어도 여행을 가지 못
할 것이라고, 여행을 가고 싶은 김민섭 씨도 그래서 주저하고 있을지 모르니 2박 3일의 숙박비 3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대단히 다정하고 정중한 메시지였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때 우리는 쉽게 오만해진다. 거기에뒀으니까 가져가세요. 싫으면 마시고요, 하고 자신도 모르는 갑질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흔쾌히 여행을 떠날 수 없을까 걱정이 된다고,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숙박비를 부담하고 싶다고, 그러면 여행을 떠나기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고, 초면에 결례를 무릅쓰고메시지를 드린다고, 아드님의 수술이 잘되기를 기도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한 개인의 격이라는 것은이처럼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드러나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단순히 이름이 같은 사람을 상상하고있을 때 그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김민섭 씨에게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러니까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들의 연약함을 보았고, 그들의 연약함을 사랑했고, 그에 그치지 않고 그들과 닮았을 누군가를 다시 상상해 냈다. 그가 타인을 상상하는 자리와 방식뿐 아니라 이와 같은 삶의 태도까지 모든 것이 놀라웠다. 나는 언제쯤 거기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에게 감사를전하며 여행을 떠날 김민섭 씨가 방금 나타났다고 답신을
오카로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팔거나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도 되었다. 그러나 그는 굳이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라면서, 만나 본 일도 없는 타인에게 기꺼이 그것을 보내주었다.
자신을 와이파이 렌탈 업체의 대표라고 소개한 누군가는 "휴대용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해 드리고 싶습니다. 홍보로 비추어질 것 같아 상표를 지우고 무료로 대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고, 누군가는 "후쿠오카 타워에서 본야경이 참 좋았습니다. 김민섭 씨도 볼 수 있으면 하는데, 제 주머니에 입장권이 한 장 남아 있네요.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93년생 김민섭 씨의 여행을 돕고 싶어 했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페이스북 메시지가 갑자기 많이 도착했다. 「오마이뉴스」를 시작으로 이름을 알 만한 열 군데 가까운 매체에서취재 요청이 왔다. 아니, 제가 책을 냈을 때도 이렇게는 안하셨잖아요. 일단 줄을 서세요.
저를 왜 도와주신 겁니까?" 놀랍게도 그들의 답은 거의 비슷했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서도 그랬다. 그래서 나도 93년생 김민섭 씨에게 그 말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에게 말했다.
"그냥,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말을 단순히 돌려주었다기보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마음이 되고 말았다. 이 평범한 청년이 여행을 잘다녀오면 좋겠다고. 그러면 왠지 그가 앞으로 잘 살아갈수 있을 것 같았고, 그뿐 아니라 그와 닮은 평범한 청년들이 모두 잘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도, 우리도, 모두 잘될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93년생 김민섭 씨가 여행을 잘 다녀와서 잘 졸업하기를, 잘 취업하기를, 그리고 그가 잘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랐다.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잘되기를 모두 바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라는 말 뒤에는 ‘그러면 저도 우리도 다 잘될 거예요.‘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나는 나를 도왔던 사람들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생각했어요."라고 했을 때,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
식사를 하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직원들의 옷차림이 무척 편안해 보인다고 하자 72년생 김민섭씨는 모두가 그렇게 다닌다고 했다. 여름이 오면 모두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인데 그 모습을 봤어야 한다면서 웃었다.
같은 건물의 한국 회사로부터 항의가 들어온 일도 있다고했다. 분위기를 흐리니까 정장은 아니더라도 옷을 좀 갖춰입어 달라고.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건물에는 금융 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들은 넥타이를 정갈하게 조여 매고몸가짐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72년생 김민섭 씨는 자신이 왜 한국 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면 ‘관리직·사무직‘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개발직· 생산직‘에 남아 있으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는 그처럼 정해진 답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관리직과 개발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는 미국에서 예순 살이 다된 개발자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본 순간,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다.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 본사
로 가고 싶다고도 했다. 몇 사람의 취향을 위한 채식에서부터 자유분방한 옷차림, 그리고 삶과 노동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비용의 차이가 아니라 아마도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타인의 결을 인정하고 구조적으로 수용할 만한그 여유가 부러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한 권의 책을 더 썼고, 김동식이라는 작가의 소설집을 기획했고, 정미소라는1인 출판사를 만들었다. 아이도 수술을 잘 받았다. 바쁜 나날들이었다. 두 김민섭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우선 72년생 김민섭 씨는 미국 본사로 발령이 나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다고 했다. 미국에 함께 놀러 오라고 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93년생 김민섭 씨는 대학을 잘 졸업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졸업식 사진 속의 그가유독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이유를 묻자, 그는 최우수 졸업생이 되어 총장에게 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처럼 그를 잘되게 만들고야 마는 모양이다. 그것을 증명하며 살아 내고 있는 그가실로 고마웠다. 그는 "제가 잘되기를 바란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 덕분이에요." 하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선물을 하나 해 주고 싶다고 했다. 1인 출판사를 만든 것으로아는데 혹시 로고가 없다면 자신이 디자인해 주겠다고 제119
헌혈, 달리기, 소심한 고소, 김민섭 씨 찾기 세상에 지친 당신을 위로하는 작고 선량한 재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모두가 지녀야 할 인간다움이 배어 있는 사람, 그게 바로김민섭 작가다. 이 책은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김민섭만의 방법을 보여 준다. 화려한 에피소드나 복잡한 철학 없이도 즐겁고 깊이 있고 따스한 책이다. 사람이 무서워 가시를 세우며 지냈던 내게 사람의 가치에 대해 알려 준 이 책을 많은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김민섭다워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훨씬 더 살 만해질 것 같다! -핫펠트(싱어송라이터)
"우리가 겪은 나눔과 응원이. 삶이 두려울 때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 후원자분과 제가 주고받았던 메일에 있던 문장입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 품고 있는 따스한 생각들이, 두려운 세상 여행중에 이 책을 만난 당신에게 닿기를, 그리고 당신을 통해 더 멀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끝끝내 다 잘될 테니까요. -93년생 김민섭ESEO-LA-AQUחו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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