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게쓰 이야기 대산세계문학총서 70
우에다 아키나리 지음, 이한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고전 설화라고 할만한 이야기 모음집.

저자인 우에다 아키나리는 이 책의 서두에서 '나관중이나 무라사키 시키부는 세상에 있지도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써서 자손들이 벙어리로 태어나거나 지옥에 떨어지는 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독자들 역시 이를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해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써놓았다.

하지만 내가 볼때 이 사람의 죄는 '유언비어 유포'가 아니라 '표절'인듯 싶다.
책의 절반 이상은 이미 중국 고전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 에도 시대에는 이런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난지라, 이렇게 중국 소설이나 희곡을 번역, 번안한 글들을 '요미혼'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까지 만들었다는 것.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비웃을수만도 없는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여점마다 가득찬 소설들을 보면 이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징가Z나 슈퍼로봇대전Z가 끼친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Z라는 알파벳은 거대한 로봇이나 오버테크놀로지를 연상시키곤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대전Z를 처음 봤을때도 왠지 모르게 전형적인 SF 전쟁소설 아닐까~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대전Z의 Z는 좀비의 Z. 지구에 사는 인간들을 멸망 직전까지 끌고갔던 좀비 전쟁의 이야기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등장한 이래 좀비는 뱀파이어와 더불어 공포의 대상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내가 볼때 좀비(와 뱀파이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포식자로서의 공포와 불가사의한 불사의 존재에 대한 공포, 그리고 결정적으로 희생자를 동족으로 만든다는 점에서의 공포가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을 주는듯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에이즈나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중세의 흑사병에 대한 공포마냥 역병의 위세가 높아지는 것 역시 좀비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인지 고전적인 좀비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언데드의 특성이 강했던 반면 요즘 좀비들은 영화 28일 후에서 대변되는 것처럼 역병 감염자의 특성이 강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현대 사회에서 좀비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매우 현실적으로 고찰한 것이 바로 이 세계대전Z다. 중국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질병. 여기에 감염된 사람은 극도로 난폭해지고, 감염자에게 물린 사람 역시 감염자로 돌변하며, 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전까지는 계속 살아움직인다.

하지만 소설의 관점은 등장인물 개개인이 좀비와 맞서 싸우며 살아남는 식의 흔하디 흔한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좀비전쟁이 일단락되고 난 다음 진상 규명을 위해 실시했던 보고서 작성. 그 과정에서 수집된 각계각층의 생존자 인터뷰. 그것이 바로 세계대전Z의 내용이며, 국가 단위의 좀비 대응에 대한 현실적(?) 고찰이다.

"군인들 수를 날조하고 노인과 아이들을 전선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매번 적군을 죽일때마다 그 적군이 부활해서 우리 편으로 넘어오지 않는 한 말이오. 그런데 좀비가 바로 그런식으로 돌아가지 않소." - 담브로시아 장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로몬의 반지 -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했다
콘라트 로렌츠 지음, 김천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로몬 왕은 신비한 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사를 처음 봤던건 신학 서적이 아니라 만화(닥터 스쿠르)였다는 점이 내 독서 취향의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서도, 내가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곧잘 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이 그 동물과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만 해도 햄스터를 1년 넘게 기르면서부터는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혹 짐작이 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햄스터 역시 내 생각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콘라트 로렌츠. 자연과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그는 오랜 세월 동물과 함께 하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 사회의 심리를 분석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솔로몬의 반지'는 그가 쓴 수필 겸 동물행동 관찰 보고서.

어찌보면 어릴때 읽었던 '시이튼 동물기'와도 흡사하다. 하지만 그 깊이나 철학이 좀 더 깊어졌다고 보면 좋을듯.
각종 동물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점이 잘 드러나있다. 그리고 학술연구서적이 되기 쉬웠을법한 내용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서술한 것도 특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언 연대기 세트 - 전3권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드래곤이 등장하는 소설은 엄청나게 많다. 강력한 힘의 상징인 이 상상의 동물은 소설가에겐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설 중에서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드래곤은 거의 항상 맹수나, 포악한 지배자나, 초월적인 방관자나,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한마디로 인간보다 강력하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똑같거나, 아예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소품 취급을 받았다는 소리다.

그나마 드래곤이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단순한 도구 취급 받지 않는 걸작을 꼽는다면, '테메레르', '드래곤 라자', 그리고 지금 말하는 '퍼언 연대기'정도가 아닐까.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드래곤과 용기사들의 모험은 단순한 판타지 활극을 벗어나 사회 체제에 대한 고찰, 인간과 인간 아닌것의 교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재미 또한 보장되어있는 소설.

무조건적인 공감과 사랑을 공유할수 있는 동물로 드래곤이 등장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순간이동에 시간이동 능력까지 겹쳐지면서 약간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수작.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종말살정책이라는게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범위를 확대하면 또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빨갱이-반동분자 학살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쥐'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억압받는 자'의 눈에서 보인 것 또한 사실. 물론 '유태인 학살 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도 열정적으로 찬동하는 사람과, 무지함으로 인해 따르는 사람과, 두려움으로 인해 복종하는 사람과, 양심을 따르며 억압받는 자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책도둑'은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전쟁의 와중에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독일인이지만 과연 그녀의 가정을 보면서 이들이 히틀러와 동급으로 놓일만한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니까.

미쳐돌아가는 사회와 단체는 2차대전 당시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 유태인 학살을 지시하는 국가는 없지만,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이스라엘, 티벳을 억압하는 중국, 흑인들을 불태우는 KKK단, 공장에서 쇠파이프와 곤봉을 들고 싸우는 노동조합과 전경까지 다양한 갈등이 제정신이 아닌듯한 형태로 불거져 나온다.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욕하기 전에, 최소한 그 행동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왜 그래야만 했을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하기 위해 한템포 쉬면서 진정하게 만드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