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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 - 이민 선조들의 나라찾기 이야기
차만재 지음, 김문섭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캘리포니아'는 눈부신 태양, 할리우드의 화려함, 혹은 실리콘 밸리의 혁신이다. 하지만 차만재 교수의 역작 ‘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를 덮고 난 뒤, 나의 캘리포니아 지도는 완전히 다시 그려졌다.
그 지도의 중심에는 LA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낯선 이름의 시골 마을 '다뉴바'와 '리들리'가 있었다.
이 책은 100년 전, 그 척박한 땅에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을 견디며 포도를 따고 쌀을 재배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낮에는 '생존'이라는 전쟁을 치렀고, 밤에는 '독립'이라는 꿈을 꿨다. 벌어들인 돈의 10%도 남기기 힘든 소작농의 삶이었지만, 그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 임시정부 청사를 짓는 벽돌이 되었고, 독립군을 양성하는 비행기 연료가 되었다.
책 속에서 만난 김형제상회의 김호, 김형순 선생, 그리고 수많은 무명의 농부들.
그들은 총 대신 호미를 든 '숨겨진 의병'들이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사실은 먼 타국 땅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그들의 검게 그을린 등 뒤에 빚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유독 붉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 안에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조국을 향한 뜨거운 그리움이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잊힌 선조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묵직한 청구서이자, 기억의 편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