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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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그림작가의 책은 선물용으로도 좋았다. 메시지가 간명하면서도 깊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선물하고 의미있는 선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국에 오셨을 때 강연회에서 뵜었는데 작품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몇 안되는 좋아하는 그림작가라 이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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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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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동하는 글이 있어 옮겨 적어본다.

"...여자연예인 가운데 가장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결과는 김희선이 1등, 최지우가 2등. 아내의 평소 지론에 의하면 인생이란 즐기는 것이다.

책이나 공부는 어떤 권리를 얻기 위한 패스포드일지는 몰라도 결코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해변가의 모래밭에서 햇볕을 쬐거나 물장구치기, 산에 올라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거나 절 구경을 하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와 뒹굴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 비오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창 밖을 바라보는 것, 공원의 벤치에 누워 햇빛에 물든 나뭇잎의 변화무쌍한 푸름을 즐기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것, 분홍신을 구해 신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로 춤을 추는 것,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세 끼 식사를 걸러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긴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온종일 입맞추는 것 등등.

음악은 좀 다른 경우에 속하지만 책이나 영화에서 훔치고자 하는 즐거움은 앞서의 즐거움을 대신하는 빈약한 대체물일 따름이다. 열거한 즐거움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거나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확고한 원칙과 각오만 되어있다면 철저히 개인적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오직 개인적인 만족과 즐거움만을 위해 주위에 눈을 돌리지 않고 사는 일이, 민족과 국가의 이름을 빌어 개인적인 사욕을 키우는 사람들보다 더 신뢰가 간다...

예쁜 사람이 머리 나쁜 것은 신이 그만큼 공평하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지 쪽팔릴 일도 아니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뜻에서 나는 안티미스코리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잔인하게 느껴진다. 모든 분야에서 완벽할 수 없기에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서 가장 뛰어난 장점과 특기로 성공하고자 노력한다.

...예쁘고 머리 나쁜 여자는 이벤트 도우미나 대형마트의 점원을 해야만 당신들의 직성이 풀리나? 사실을 말해 보면, 자신을 과시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은 것은 비단 미녀들만의 허영만은 아니다. 성상품화니 여성비하니 하는 것은 당사자가 느껴야 절실한 것이지 주위 사람들이 대신 해 줄 수 없다. ...두 사람(김희선과 최지우)은 세상에서 태어나서 자신이 승부를 내야 할 분야를 잘 알고 있었기에 우등상 같은 건 다른 동료들이 받을 수 있도록 양보했을 것이다.

...두 미녀분들, 책에 대해서는 내가 좀 아는 편인데 며칠전의 그 기사를 보았더라도 절대 책 읽지 마세요. 인생은 알죠? 앞에 쓴 그대로랍니다. 인생의 즐거운 일 가운데 분명 하나이기때문에, 두 분이서 포도주 마실 때, 나도 그 사이에 끼어 있고 싶어요."



'우등상 양보' 부분에서 나는 뒤로 넘어졌다. 하하하하^^
 빡빡한 세상에 여유 좀 가지고 세상을 보자는 게 이 글의 교훈인 듯.

내 동생이 만들어 온 '못 생긴' 빵'...맛있기만 하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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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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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

짧은 문장, 간결한 대화, 삭막한 풍경, 그리고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걷는다. 아버지의 앞에는 길을 가기 위해 필수적인 음식, 담요, 연장 등등이 카트에 담겨있다...
목적지는 '바다' 인 듯하나 그 목적지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도, 그 곳에 무엇이 있으리라는 확신 그런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살아남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인 듯한 하루하루, 세상은 재에 덮혀있고 길에는 시체들이 간간이 눈에 띄인다.
누군가에게 화살을 맞은 아버지는 상처를 실로 꿰맨다.

아팠죠, 그죠?
그래. 아팠어.
아빠는 정말로 용감해요?
중간 정도.
지금까지 해본 가장 용감한 일이 뭐예요?
남자는 피가 섞인 가래를 길에 뱉어냈다. 오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거.
정말요?
아니, 귀담아 듣지 마라. 자, 가자.

아버지와 아들, 둘이 길을 가는데에 어린 아들은 아무래도 짐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혼자 일을 처리 할 줄 모르고, 걸음이 더디고, 감정에 휩싸여 섣부른 동정심을 내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 이다. 아버지는 그 거추장스러운 아들이라도 옆에 있지 않았다면 진작 숨을 거뒀으리라.
어두운 길에서 몸은 필요 이상으로 크게 느껴진다. '나'만이 확대되고, 길 속으로 몸과 마음은 자꾸 빠져들어 결국 헤어나어지 못 할 상태가 된다. 무엇이든 삼켜버릴 것 같이 생긴 무심한 그 길은 어디론가로 이어져 있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블랙홀이다. 

그 막막한 길 위에서 유일하게 '용감'을 발휘하는 순간, 누군가 옆에 있는 순간이다. 
길 위에서 구원이자 목적지이자 '오늘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해주는 것. 
그건 우리 옆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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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주의 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0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훈 옮김 / 책세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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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일본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책 '나의 개인주의 외' -김정훈 옮김(책세상)은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록을 실은 책이다.
강연록이다 보니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고, 간간이 작가의 유머러스함도 느껴지고, 특유의 겸손함과 개인적인 인품 같은 것도 묻어나서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몇 개의 강의 꼭지 중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 '나의 개인주의'라는 강연에서 소세끼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주의를 설명하던 중 그에 반하는 걸로 느껴지는 국가주의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대목이다.

"...국가라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국가 국가"하며 마치 국가에 매달리는 듯한 행동은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항상 국가의 일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끊임없이 한 가지 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부 가게에서 두부를 팔고 다니는 것은 결코 국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의식주를 위한 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어떻든 그 결과가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 낮에 나는 밥을 세 공기 먹고 밤에는 네 공기로 불렸다고 할 때도 꼭 국가를 위해 증감한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위의 상태로 정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들도 간접적으로 말하면 반드시 국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고 할 수는 없고, 아니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세계의 대세에 얼마간 관계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당사자가 그런 점을 생각해서 국가를 위해 밥을 먹어야하고 국가를 위해 얼굴을 씻어야 하고 또한 국가를 위해 화장실에 가야만 한다면 큰 일 입니다. 국가주의를 장려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상관없지만 사실 불가능한 일을 마치 국가를 위해 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kbs 에서는 김제동이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하고 손석희는 mbc 100분 토론에서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고 하는데, 쓴 소리 듣기 싫어하고 결벽증 적으로 자기비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정부가 거기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들린다.(소문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소세끼 글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a: 자기 자리에서 충실하게 무언가를 하던 사람들이 또 어딘가에서 b: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자기 일을 못하게 된 셈이다.
 

일사분란한 '기도'로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스타골든벨에는 말 잘듣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인형을 앉혀놔야 하고, 100분 토론에는 '국가발전'을 위해서 자기 말에 토다는 애들은 싹 무시하는 '착한 아이'가 적당하다.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붙이며 압력이 없었다고 말을 하겠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볼 수록 그 수가 얕고 유치하고, 한마디로 촌스럽다...

어린아이들의 특징이 이것 저것 다 떠나서 자기한테 칭찬해주고 맛있는 거 사주면 좋은 사람이고, 혼내고 꾸짖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함이라고 하던데, 이건 뭐 어린아이들 친구하기 딱 좋은 그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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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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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했던 감정들, 겪었던 사건들, 세상에 대한 시선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정리를 해놓는다면 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내 자신은 나에 대한 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기가 될 수도 있겠고, 논리정연한 엑셀형식의 파일이 될 수도 있을 그런 '자서전'은 항상 머리 속에서만 구상이 될 뿐 아직 실행은 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엔 그런 것들이 나라는 한 인간에 대한 파악을 하기에는 모자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나에 대한 파악은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무균실 속의 '나'만을 염두에 둔 절름발이의 실험이 되는 게 고작일 것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이고, 그런 기록들이란 글로는 표현되지 않는 인생 절반의 그 무언가를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그 두번째 이유에 대한 단상이란 최근 읽은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에세이에 나온 아래와 같은 글과 맥락이 닿는다.
우리가 겪는 세상만사에 대한 모든 감정은 살아내면서라야 온전히 이해되거나, 전달되어진다.
한 인간을 알아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인생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생의 한 국면을 통과하며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느껴보는 것이다. 

"여든 아홉의 친정어머니와 여든 다섯의 시어머니가 모두 병석에 있는 이 봄날, 나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산다. 편지쓰기와 친구 만나기, 그리고 목욕을 즐기시던 친정어머니는 옷 갈아입을 생각도 없이 웅크리고만 있다. 맛있는 음식과 고운 색의 옷을 좋아하시던 시어머니는 식도가 제 역할을 못해 콧줄로 음식을 섭취하며 광목의 병원복 하나로 버티신다. 윤기 없이 바짝 마른 살갗에 볼을 비비면서, 자식을 눈앞에 두고 누구시더라 묻는 초점 없는 눈길을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그 눈물은 효심에서라기보다 사랑과 갈등과 증오의 세월을 넘어, 인생의 종말에 유한한 인생끼리 만나 느끼는 깊은 슬픔 때문이다. 아! 무상한 인생이여. 우리 모두 그렇게 슬픈 봄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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