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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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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독서 모임은 3년 전 북촌 지우헌에서 시작한 <담백한 북클럽>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어려워하는 내가 독서 모임에 선뜻 발을 들인 것은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물 안에서 (껑충 뛰쳐나왔다.

처음 모임에 나갔을 땐 어색함이 컸다. 누군가의 책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바빴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전혀 다른 감상을 나누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책은 이렇게도 읽힐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들의 시선은 내 생각을 조금씩 흔들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김민영 저자가 말하는 삶을 확장하는 독서 모임이 바로 이런 순간에서 비롯된다는 걸 실감했다.

20년 차 독서 모임 진행자로 활동하는 김민영 저자의 『내 삶을 위한 독서모임』은, 함께 읽기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독서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서 모임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첫 번째 연습실’이라 부르며, 그곳이 단순히 책을 읽는 자리를 넘어 삶의 태도를 연습하는 장이라고 강조한다.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향해 다가가는 일. 그는 독서 모임을 삶을 나누는 공동체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관계가 자라고 사람도 자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에서 주의할 점으로 ‘멤버끼리 너무 친해지면 곤란하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친분이 과해지면 책보다 사람이 앞서게 되어 사담이 늘어나거나, 책 읽기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참 공감이 갔다. 우정 속에서 책을 중심으로 모이는 일, 그 균형을 지켜가는 일이야말로 독서 모임의 품격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건 결국 서로의 삶을 함께 읽는 일이다. 『내 삶을 위한 독서모임』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오늘도 우물 밖 세상을 향해 조금씩 걸어 나가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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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짓다 -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쌓아올린 삶과 공간의 드라마
윤주연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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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 삶을 품을 집은 어떤 모습일까. 집은 몸과 마음을 온전히 쉬게 하여 기운을 재생시키는 곳이다.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다. 나의 취향이 잘 담긴 가장 나다운 장소가 집이다.

나는 아파트보다는 주택에 더 마음이 간다. 그래서 고향 마을에 내려가면 자연스레 빈집들을 둘러보게 된다. 지금 고향에는 빈집이 두 채 있다. 언젠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간다면, 그중 어느 집이 좋을까 살펴 본다. 부모님 집은 남동생이 살기로 했으니 시골에서 산다면 나만의 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마음에 둔 집은 앞이 시원하게 트여 멀리 큰길까지 보인다. 전 주인이 어떤 삶을 살다 떠났는지도 알기에, 나와 그 집이 잘 어울리겠다는 느낌이 든다.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윤주연 건축가의 『우주를 짓다』를 읽었다. 이 책은 집을 짓고자 하는 의뢰인의 개인적 소망을 현실로 옮겨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삶을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어내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집 우(宇)와 집 주(宙)를 써서 ‘우주’라 이름 붙인 건축 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했고, 단숨에 읽히는 재미가 있다. 만약 내가 집을 짓는다면 이름을 ‘예(藝)인(仁)’이라 짓고 싶다. 삶은 예술이라고 여기기에 예술 활동을 하며 어질게 살고 싶은 마음을 펼치고 싶어서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미래의 예비 건축주다. 지금 집을 짓든, 언젠가 짓든, 설령 계획이 없더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집을 짓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조금 위험하다. 읽고 나면 마음이 들썩이고 나만의 집을 꿈꾸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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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침몰한다고? -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진의 공포|동일본 대지진 경험자의 실존 생존 매뉴얼
나운영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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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살면서 경험한 것 중에 가장 무서웠던 일로 손꼽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나운영 저자는 일본인 남편과 20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그 당시 저자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패닉에 빠졌다. 진동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전기와 수도가 끊긴 채 물 한 컵을 구하기 위한 줄에 서야 했다. 당시 남편은 집에 없었고, 그녀는 어린 세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긴 밤을 견뎌야 했다. 그 절절한 경험을 떠올리며 생존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물을 구하고, 화장실을 확보하고, 아이가 울지 않도록 안아주는 일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여러 번의 지진을 겪은 저자 나운영이 쓴 생존 매뉴얼 에세이다. ‘동일본 대지진 경험자의 실전 생존 매뉴얼’이라는 소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전문가가 말하는 이론을 벗어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라는 엄마로서의 체험적 서사가 이 책의 중심이다.

책에는 재난 대비를 위한 실용적인 팁이 가득 담겨 있다. 어떤 물을 저장해야 하는지, 간이 화장실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대비를 상기시킨다.
특히 깨끗한 잠옷을 입고 자야 한다는 게 의외였다. 사람 목숨 살리는 게 우선이지 옷차림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일본은 그렇다고 한다. 집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파자마나 추레한 차림으로 나가는 일을 절대 볼 수 없는 곳이라고. 다들 깨끗하게 차려입고 피난소 생활을 한다니! 일본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전하는 2025년 7월 일본 대지진설은 얼핏 황당하지만, 일본 열도는 이미 수차례 침몰을 ‘경험’해 왔다.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 그 겹겹의 재난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태세를 갖추며 살아가야 할까?

재난은 타인의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최근 한국도 점점 더 강도 높은 지진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살아야 할까. '예언'에 휘둘리기보다는, 불시에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소박하지만 단단하다.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삶의 바닥에서 끌어올린 실존적 고민과 실천이 가득한 책이다. 거창한 문장도, 감정의 과잉도 없다. 그 대신, 오랫동안 몸에 새긴 경각심과 작은 습관들이 나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살아남는다는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준비하고, 기억하고, 서로를 껴안는 사람만이 다음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그 조용한 진실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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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 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이동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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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를 읽고

이동호 선생님께.

이동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를 읽은 독자입니다.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니 마치 제가 편지를 받은 것 같아 저도 답장을 띄워 봅니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며칠 따뜻하더니, 오늘은 대설주의보가 내렸습니다. 3월 중순에 이렇게 많은 눈이라니요. 설레던 봄을 뒤로하고, 겨울이 끝내 자리를 내어주기 싫은 듯 심통을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서니, 나무 위 10cm가량 쌓인 눈이 햇살에 반짝이며 장관을 이루더군요. 하지만 습설(濕雪)은 100년 된 소나무 가지도 꺾어버릴 만큼 무겁다지요. 봄은 이처럼 힘겹게 찾아옵니다.

농부님께선 “농업은 철학”이라 하셨지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일이라서일까요.
3월 초순, 시골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이웃집에서 봄배추를 심고 계셨습니다. 5월 출하를 목표로 키우는 이 배추가 농부들에게는 중요한 소득원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폭설이 그 배추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되더군요.

농부님의 글을 읽으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 부모님도 평생 흙을 만지며 살아오셨거든요. 정성을 입히고, 욕심은 덜어내며, 지혜를 더하고, 결실을 나누는 일. 그것이 곧 농사라는 걸 알기에, 농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아침이면 꿀벌에게 문안 인사를 가신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추운 날엔 벌통을 이불로 덮어주고, 아침에는 벗겨준다고 하셨지요. 저희 부모님도 몇 해 전부터 마당에 날아든 벌들을 정성껏 돌보고, 뒷산에 벌통까지 만들어 키우셨거든요. 작년 겨울엔 꿀도 몇 병 수확하셨고요. 하지만 올겨울 유난히 매서운 추위를 이기지 못했나 봅니다. 부모님이 벌들이 다 죽었다며 안타까워하시더군요. 농부님의 글을 읽으며, 부모님이 벌을 돌보는 방법을 좀 더 아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부님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교직에 계시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지요.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자연과 벗하며 몸을 움직이는 길을 택하신 용기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책 제목에 ‘고독한 농부’라 하셨지만, 논밭을 배경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시는 모습이 제겐 ‘고독’보다는 ‘현명한(낭혜한) 농부’로 다가왔습니다.

냉이는 이제 끝물일 테고, 달래가 올라올 때겠지요. 달래 넣은 된장찌개가 떠오릅니다. 농부님께선 두부에 달래간장을 곁들여 막걸리 한잔하시면 좋겠고요.
“그 누구라도 3월이 오면 한번쯤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볼 만합니다. 현재 삶이 고달파도 한때는 누구나 시인 아니었던가요?”(p.19)

농부님의 말씀처럼, 저도 남은 3월을 시인의 마음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제 소임을 다하면서요. 농부님도 농사짓는 시인으로 이 봄을 찬란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흙 한 줌의 이야기, 또 기다리겠습니다.

2025년 3월 18일
00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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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작가의 책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후 두 번째다. 전작이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지만, 결국 좋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던 기억이 있다. 이번 책 《사람을 남기는 사람》 역시 '삶을 재구성하는 관계의 법칙'이라는 부제에 자연스레 마음이 끌렸다. 작가는 인간관계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인간은 본디 누구나 오만한 데가 있고, 세상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사는 각자도생을 가르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 서로 걱정하고, 연민하고, 함께하며, 지지하도록 만들어진 건 아닐까?" P.219 

"삶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관계'에 우리는 마음과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삶을 더 삶다운 삶으로 만든다." P.245 


*이 책의 부록 인터뷰에서 만난 여섯 분의 이야기도 뜻깊었다. 다양한 삶의 경험이 담긴 대화들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 살짝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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