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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 - 팽이의 온도
김영돈 지음 / 책미다지 / 2022년 8월
평점 :
[꽃말의 말꽃]
꽃말을 지닌 꽃들은 좋겠다. 모두에게 잊히지 않도록 꽃말을 부여했으니 새 생명을 않았잖은가. 꽃말을 챙겨 받지 못한 꽃들은 어쩌겠는가. 이럴까 싶어 김영돈작가는 말꽃을 선사했다. 작년에 온 봄과 오는 봄이 다르듯 작년에 핀 동백이 올해 피는 동백과 다르다고 알려준다.
엄마의 손망치, 여명이와 중천이 다음으로 노을이에게 다다른 김영돈작가의 눈길로 닿는 곳마다 말꽃을 지어냈다.
채찍 따위 없이 스스로 돌 줄 아는 팽이가 되도록 외면하지 않고 보듬었다. 살아있는 척하는 송장이 아니라 덤불 숲 너머 찔레순을 제힘으로 보도록 너끈히 건사시켰다. 흐르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 제 속에서 부글거리는 또 하나의 생명력을 응축시켰다.
[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
뭇 생명 하나에도 허투루 대하지 않기로 진즉에 작정했나 보다. 무서운 결기로 삶을 벼리며 살아온 결의가 돋보인다. 《바람이 언제나 그대 등 뒤에서 불기를》 오래도록 소망한 이유는 분명하다.
당신은 지적으로 겸손한가? 나눌 것이 있는가? 새털처럼 가볍게 비울 수 있는가? 용기가 있는가? 의식의 임계점을 넘었는가? 책을 가까이 하는가? 두말없이 당신 책을 읽어주는 글 쓰는 친구가 있는가? 아픈 사람에게 진실로 머물러줄 수 있는가?
그 대답이 ‘Yes’라면 당신은 평생친구다. Starai con me! 나와 함께 할 당신. 책을 읽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오랜 세월 그토록 당했으면서도 여태 제 온기 가누지 못하며 헛도는 정신으로는 ‘유리 제국’ 문턱에도 이를 수 없음을 나무란다.
기억이 경계를 넘으면 많은 걸 보게 된다. 사연이 곰배령을 넘으면 첫눈을 맞이한다. 어느 입김에도 휘둘리지 않고 제 온도를 감지하는 ‘팽이의 온도’는 오늘도 ‘유리 제국’을 사뿐히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