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필로소피 - 손으로 생각하기
매튜 크로포드 지음, 정희은 옮김 / 이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제목<모터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 ‘오토바이의 철학’이 궁금해서도 아니고, 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공이 되었다는 저자의 인생역정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표지에서 발견한 몇가지 단어 때문이다. ‘손으로 생각하기’, ‘손일의 매혹’, ‘사무실에 갇힌 당신의 공허한 삶’ 등의 말들이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의 삶’이라는 것은 적게 일하거나 편하게 일하고 보수는 많이 받는 직장을 다니는 일이다. 그래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육체노동은 천한 것이고, 정신노동을 하는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을 폼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애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 매튜 크로포드가 말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들에 공감하면서 몇가지 짚어보고 싶었다. 저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보면 ‘손일의 매혹’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통해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은 어떠한가?>라는 새로운 명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특징 : 무한경쟁시대, 소비주의시대
단언컨대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또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좁게는 개인적으로 봐도 그렇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려고, 괴로워하고 싶어서’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과거 100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도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그 성질과 내용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뭘까?  

행복한 삶을 위해서 누구나 노력하지만 그 기준과 방향이 잘못되었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소비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욕망을 충족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과 불행을 판단하는 것에서 그 출발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향한 현대인들의 무한질주는 결코 행복과는 거리와 멀어질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위해 ‘갈등과 경쟁’은 필수적이다. 남을 속이고 빼앗는 것을 넘어 싸우고 죽이는 ‘투쟁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연환경파괴’를 통해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소유와 소비’를 위한 ‘갈등과 경쟁’의 무한질주 속에서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경쟁사회에서 낙후되고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메튜 크로포드는 한방향으로의 무한질주속에서 벗어났다.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 직종’을 스스로 포기하고 나와서는 후회하거나 좌절하는게 아니라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면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들은 보통사람들의 이러한 삶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비난의 눈길을 보내면서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사람의 선택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질까? 가령 ‘서울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바드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는 말에 관심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무한질주하는 경쟁사회에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되풀이해서 이야기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경쟁사회’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 ‘멈출 수 있는 용기’는 행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어떠한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무한질주의 경쟁사회’는 자살률 1위, 이혼율1위, 우울증 급증, 인간성상실, 공동체붕괴, 자연환경파괴 등으로 우리가 추구하던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추지를 못한다.  

<모토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작가는 공구사용의 감소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이 간다. 요즘 사람들은 공구를 쉽게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A/S센터를 찾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A/S센터에서도 부품을 통째로 갈아끼우는 방식이 많다. 예전에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CD롬이 문제가 있어 A/S센터를 찾아갔더니 통째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역시 삼성이 A/S도 맘에 들게 하는군’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보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프린터기가 고장이 났는데 고치는데 20만원이 들고, 새로 사는데 27만원이라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한 때가 있었다. 물론 경제적 효율을 따지면서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것이다. 그것은 경제적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의 이야기이다.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자원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의유한자원을 생각하며 고장이 잦은 제품을 조금 더 써 보겠다고 20만원을 지불하는게 나을까?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오래쓰는게 좋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리는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사무실근무(관리직)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병폐는 우울증이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모두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 건강한 외모를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분명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 : 생명가치
<모터사이클 필로소피>는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지금 여기 나의 삶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위에 우리사회가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영역에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의주례사>의 저자인 법륜스님은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려는 것은 성공의 삶이 아니라 도둑놈심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리고 ‘빗자루가 빗자루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쓸려야 하고, 걸레가 걸레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닦여야 한다. 중요하다고 금으로 만든다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빗자루와 걸레가 더 이상 자기기능을 하지 못할때는 명을 다했다고 말하듯이 생명가치는 잘 쓰이는 것에 있다’고도 말했다.  

행복은 물질적 가치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이 책의 저자가 자기 인생을 통째로 도박하듯 걸어서 경험한 ‘행복찾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말은 더 이상 머리굴려서 뭔가를 창조하려는 것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찾으면서 결국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생각버리기>라는 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지금 복잡한 생각속에 갇혀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좋다 싫다’ 등의 온갖 분별하는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그럴것이다. ‘생각을 버려야지, 생각을 놓아야지’ 하고 결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이다.  

저자는 손으로 하는 일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행위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립과 자족의 삶, 행복한 삶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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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 남민전 사건으로 감옥에 간 교사 이수일의 삶, 사랑 이야기
이수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책리뷰] 성찰과 사색이 필요한 시대 - 남민전 사건을 돌아보며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이 책의 부제는 ‘남민전 사건으로 감옥에 간 교사 이수일의 삶, 사랑이야기’이다. 이 부제로 이 책 전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데는 70년대,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몰라도 된다. ‘남민전’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줄임말인줄 몰라도 된다.

이수일 선생이 남민전사건으로 감옥에 가게되었고, 감옥에서의 일상의 삶이 감옥밖에서 만큼이나 큰 가르침과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수호천사’라 불리우는 마음씨 고울것 같은 한 여인의 고운 자태도 큰 힘이 되었다는 것 등 이 모든 것을 통해 지금 여기 나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사유할 힘이 있으면 될 것 같다.  

이수일 선생은 선생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남민전사건으로 함께 감옥간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누어주고 있다.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리 주변에 간혹 ‘참 부지런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무조건 좋은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의 문제에 철저하고 계획적이며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이 있다. 물론 그래서 우리들은 좋아하지만 말이다. 마치 그런 사람 같다.  

감옥에서 독방생활을 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있다. 벽을 두드리거나 그으면서 모스부호같은 행위로 언어를 주고 받는다. 물론 이쪽 끝방에서 저쪽 끝방까지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내용이 전달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처절한 고독의 과정마저 인생이 한 부분으로, 감옥생활의 재미로 승화시킨 이야기다. 물론 지금에야 돌아보니 나오는 이야기일것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 끌려가서 고문당한 이야기도 잠깐 나오지만 그 아픔을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겠으며 이야기한다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경험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몇가지 있다.  

<국가(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최근에도 언론기사가운데 필리핀에서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5년간 감옥생활을 하다가 보석으로 나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 그의 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서 우리 정부가 그에게 해 준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경찰에서 고문과 구타로 얼굴과 몸에 상처가 많이 났는데도 영사관에서 찾아와서는 ‘별일 없냐?’고만 묻더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더란다. 그 영사관 관계자의 인터뷰내용을 보면 ‘오히려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더라’란다.  

<좌우의 이념의 무게는 얼마인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무덤에 분뇨를 살포한 사람이 잡혔다는 기사가 속보로 올라왔다. 좌우라고 하는 것에는 주장이 있다. ‘내가 옳다’라는 강한 주장이 밑바탕이 되어서 격한 언쟁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정말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좌우 이념논쟁으로 불거진 한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정기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진정 ‘좌’는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이 좌우의 이념논쟁의 무게는 과연 얼마일까? 모두 이념속에 갇혀서 미쳐가지나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성찰과 사색이 필요한 시대> 

이제 우리는 얇은 종잇장보다 못한 이념논쟁에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소모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정상들이 한국에 모이는 G20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라고 기대가 크다고 할 일이 많다고 엄청 광고를 했지만, 정작 주요뉴스에서는 경찰이 경호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국민을 잠정적 범인으로 몰아놓고 치안유지에 열을 올렸다. 치안유지를 허술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소리소문없이 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경사스런(?) G20을 맞이하여 국민들도 함께 기뻐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마치 모든 국민을 범죄인취급하는 것과 그 것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이미 국민은 기분나쁘다.

이제 성찰과 사색이 필요하다. 그나마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성숙한 사회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야 한다.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불리하거나 두려울일이 뭐가 있나 싶다. 통큰 형님의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이 든다.

시시각각으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극한 상황에서의 자기질책과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다. 물론 개인의 경험을 개인에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눔으로 우리들 내부에 새로운 분노를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그런 경험이 헛된 것이 아닌 새로운 발판이 되고 성찰과 사색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은 이수일선생과 남민전사건에 관계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찰하고 사색하며 연륜을 쌓아갈 수 있는 지혜를 우리모두는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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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내려놓기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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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마음을 쉬어라

‘왜 사는가?’하는 물음을 스스로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화두같은 말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덥다. 여름이 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도시열기는 정상적이지 않다. 휴가철이다. 휴가라고 어렵게 마련된 시간을 한가하게 <왜 사는가?>하는 궁극의 의문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쉼’을 위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적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돈을 들여가며 평소때보다 더 격한 노동으로 휴가를 보낸다.

한가하게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기도 - 내려놓기>가 그 책이다. 비스듬히 누워서 읽기 시작하다가  점점 정좌하며 읽는 내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했다. 기도라는 것이 종교적 용어이기는 하지만 종교가 있건 없건 기도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어릴 때는 항상 숙제많이 내 주는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 못나오기를 기도했고, 못살게 구는 친구 어떻게 되기를 기도했다. 시험때마다 좋은 성적 받기를 기도했고, 대학에 합격하기를 기도했다. 지금은 일 편안히 하고 돈 많이 벌기를 기도하면서 살고 있고, 건강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싶다. 그런데 ‘내려놓기’라니? 그 기도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란 말인가? 처음에는 그랬다.

법륜스님은 기도에 대한 이러한 나의 인식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고 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면 행복해서 천국에 있는 듯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서 지옥에 떨어진 듯 하는 반쪽짜리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일갈하고 있다.  

뭔가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종교를 가진 많은 사람들조차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기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말들을 한다. “에잇, 기도해봐야 소용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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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생들을 지도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대학생이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날마다 절에 와서 기도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빨리 석박되게 해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학생은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곧바로 석방되었습니다.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학생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은혜와 가피로 아들이 석방되었노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석방 3개월 뒤, 아들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생의 어머니는 저를 붙들고 “감옥에 그냥 있게 놔두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하면서 통곡했습니다. 아들이 석방된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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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서문에서 위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단지 기도할 뿐, 성취되고 안되고는 그분께 맡기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다만 기도할 뿐,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도는 모두 성취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도는 자신의 몸을 낮추고 마음을 숙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화를 내려놓는 법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틱낫한스님의 ‘기도’라는 책에서도 기도할 때에는 ‘반드시 스스로를 통찰하라’고 가르친다. 서로가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이해없이 미움과 원망, 질투와 분노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올바른 기도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또 틱낫한 스님은 기도를 할 때에는 온 몸, 온 마음을 다해서 해야 하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로 머리를 조아려 기도하는 불교승려나 가톨릭 수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절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절은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열어 땅에 엎드리는 겸허한 자세”라고 기도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 욕구대로 해 달라고 비는 것이 기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 겸허해지고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성찰하고 참회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최근 종교분야 베스트셀러인 어어령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도 그 간절함과 겸허함이 속속들이 표현되고 있다. 어느것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분이 하느님을 찬탄하고 그 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고백하는 모습은 자못 진지하고 아름답다. 거기에는 목을 뻣뻣이 쳐들고 주장과 원칙을 따지는 꼿꼿한 노인네의 모습이었다면 그리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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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 당신의 바릍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어느무신론자의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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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기도>에서도 엎드려 절하면서 스스로 돌이켜 참회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옳은 말씀’으로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기도하면서 잘 안되는 모습들에 대한 궁금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변도 정리되어 있다. 가령 ‘간절한 마음이 안될때’, ‘게을러서 기도하기 싫을때’, ‘몸이 아파서 절을 하지 못할 때’, ‘집안이 잘 되는 기도’ 등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법륜스님 <기도-내려놓기>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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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자식이 내 말을 안 듣는다면, 자식의 그런 저항감이 내가 남편에게 가진 저항감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이걸 알아야 내가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럴 때 비로소 ‘아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열심히 참회해야 되겠구나.’하고 간절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겁니다.
이때 간절한 마음이라는 건 뭘까요? 어떤 일 보다도 기도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입니다. (중략) 기도문이 ‘남편한테 숙이겠습니다.’라면,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시비하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기도문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남편이 바람을 피웠니, 노름을 했니, 늦게 들어왔느니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서 밀어붙여야 내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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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살아오면서 행해왔던 수많은 기도와 달리 이제 새롭게 눈뜨는 기도를 해봐야겠다. 나를 낮추고 겸손해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하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 길만이 나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하니 믿고 해볼 수 밖에!  그 길에서 붓다와 예수를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바램으로 시작해야 겠다. 나도 나이가 들면 현대인의 지성으로 상징되는 이어령교수처럼 겸손하게 땅에 엎드리고 낮아질 수 있을까, 또 법륜스님처럼 자기를 낮춰 기도함으로 당당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기도-내려놓기>는 종교와 관계없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종교과 신앙에 더욱 충실해 질 것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 더욱 진실해질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거라 본다.  세상에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와 있고 참 훌륭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책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나무라는 것이다. 나를 엎드리는 연습부터 시작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발견한다면 그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값진 안내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올 여름 더위속에 <마음을 쉬는 법>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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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내려놓기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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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할 책입니다. 휴식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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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
법륜스님 지음 / 정토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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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느끼게하는 책~ 내 삶의 기준을 찾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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