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평점 :
-협찬도서
우에다 겐지 작가님의 <긴자 시호도 문구점> 1권을 처음 접했을 땐 전자책이었어요. 문구를 좋아하는 저에겐 참 반가운 책이었죠.
로디아 메모패드, 고쿠요 노트처럼 실제로 써본 문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괜히 반갑고, 마치 책 속에 제 필통이 들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좋아하는 물건이 나와서 기분 좋은 책’ 정도로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그 문구들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긴자 시호도 문구점> 2권도 마찬가지였어요. 각 장이 하나의 문구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짧은 소설을 엮어 읽는 듯한 흐름이 참 좋아요. 특히 이번에는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이 더 짙고 깊게 느껴졌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장의 ‘단어장’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결혼을 앞두고 해외로 떠나게 되는 딸이에요. 부모님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그 도구가 바로 ‘단어장’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가족 간의 추억을 사진으로 정리하고, 그 속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부모님께 선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슬슬 저도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저 역시 곧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 이야기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장소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큰 전환점 앞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 변화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해 주는 가족의 모습에 뭉클했어요.
책에 나오는 문구들을 읽다 보니, 나도 직접 하나씩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르는 제품이 나오면 찾아보기도 했고요! 단어장, 가위, 책갈피 등등... 문구들을 좋아하는 분들 모두 책 읽으면서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시호도 문구점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
또한 모든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편안해요. 억지로 감동을 유도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말투나 행동 속에서 서서히 마음이 움직여요.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피식 웃게 되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해지는 감정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도 자연스레 제 보물 같은 독서모임 노트들을 꺼내게 됐어요. 오랜 시간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눠온 동료들의 흔적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 안에 쌓인 시간과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졌어요.
우에다 겐지의 <긴자 시호도 문구점> 2권은 문구를 좋아하시는 분들, 조용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위로받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마음에 스며드는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