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 - '나'를 위한 관계 덜어내기 수업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큰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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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혼자라는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피로 사이에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용기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때로는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래요. 특히 사회생활에서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겉으로는 괜찮은 척 웃지만, 속으로는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지고,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곤 해요.
<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는 그런 저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었어요.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 “모든 관계는 이어가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질문을 던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를 억압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까지 이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요.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부분은 ‘의존’과 ‘지배’의 관계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의존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왔어요. 가까운 관계에서는 상대가 나를 멀리하면 큰 불안에 휩싸이고, 애초에 상처받기 싫어서 관계 자체를 멀리하기도 해요. 그게 바로 공포-회피형 애착이라고 하더라고요. 가까워지면 두렵고, 멀어지면 또 외로운 그런 복잡한 감정들요.
이 책은 그런 저에게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줍니다. “진짜로 연결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좋은 관계를 재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겼던 사회 적응에 대한 것들—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 관계는 유지하는 게 옳다, 가까운 사람은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사실은 우리를 더 고립시키고 괴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이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애착이 불안정한 편이고, 공포-회피형 유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리만치 공감했어요.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마음이 확신되지 않으면 깊은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오거든요. 그래서 무의식중에 항상 상대를 ‘이해하려고’, 더 나아가 ‘확신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시미 이치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상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이 저에겐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어요. 친구든 연인이든, 더 친밀해지기 위해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믿어왔거든요. 상대의 마음, 표정, 말투, 상황까지 파악해서 오해 없게 지내야 ‘진짜 관계’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완벽한 이해’가 오히려 관계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해요. 이해를 강요하면 그것이 강박이 되고, 독선이 되고, 결국 상대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변질된다고요.

<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에서는 그 예시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요. 부모는 아이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믿지만 자녀 역시 하나의 타인이기에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고 말이죠. 그래서 이해하려 애쓰되, ‘이해했다고 단정 짓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이게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 된다는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어요. 모든 관계에서 완벽한 연결을 바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상대의 감정까지 꿰뚫어보려 했던 제 마음을요. 누군가의 마음은 내가 아무리 애써도 온전히 알 수 없는 거고,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는 단절을 권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로 연결되기 위해 불필요한 연결을 놓아주라고, 이해의 강박 대신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켜가라고 말해주는 책이에요.
사람이 두렵지만 외로운 마음도 크신 분, 관계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감정을 느껴본 분, 그리고 이해라는 말에 지쳐버린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꼭 연결되지 않아도, 반드시 이해하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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