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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평점 :
-서평단 모집을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줄거리-어둔 밤, 우리를 지켜주는 작은 불빛 하나
밤이 되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도시는 점점 조용해지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밤이 더 길고, 외로운 시간이 되기도 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언제나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이 있어요. 바로 야간약국.
이곳의 약사 ‘보호’ 는 단순히 약을 파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는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아픈 곳을 알아채고, 적절한 약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어린 시절, 언니를 야간에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잃은 슬픔을 품고 있어요. 그 기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밤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약국의 불을 밝힙니다.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을 읽다 보면 보호가 단순히 ‘약을 파는 약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그녀는 손님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유심히 살피고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요. 때로는 약보다도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잖아요. 보호는 바로 그런 존재예요.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는 약사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 양호 선생님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저는 한창 감정 기복이 심했던 시기였어요. 학교생활도 버겁고, 친구 관계도 어려웠고,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지치던 날들이었죠. 그럴 때마다 조용히 양호실로 향했어요. 몸이 아파서라기보다는, 그냥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어요. 따로 긴 상담을 하거나 고민을 나눈 것도 아닌데 선생님은 언제나 사탕을 내어 주시거나, 조용히 누워 있다 가라고 해주셨어요.
그 공간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세상에는 나에게 따뜻한 어른도 있다는 느낌이 참 컸어요. 보호가 운영하는 야간약국도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지쳤을 때 찾아가는 곳. 툭 내뱉는 한마디로 내 노력과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
야간약국을 찾아오는 사람들 – 버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어요.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배우, 꿈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청춘들, 그러다가 지친 또 다른 청춘들, 유흥업소에서 일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등...
책을 읽다 보면 ‘밤’이라는 시간이 더 외롭게 느껴져요. 낮에는 견딜 수 있었던 감정들이 밤이 되면 더 커지는 것 같잖아요. 이 책 속 인물들도 그랬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이곳에서 털어놓고, 보호는 그런 이야기들을 조용히 들어줍니다.
사실 이 손님들은 소설 속 인물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과 닮아 있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외롭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도 있고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법 – 복수가 아닌 삶을 선택하다
보호는 결국 언니를 죽인 사건의 공범을 마주하게 돼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삶을 짓누르고 있던 슬픔과 분노가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어요.
그 순간,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독자로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복수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아니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을 읽다 보면 보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게 돼요.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선택하며 조금 휴식한 뒤, 그녀는 다시 약국을 운영합니다. 언니를 잃은 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여전히 밤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약국의 불을 밝히죠.
이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어떤 상처는 평생 없어지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보호는 그 답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대목에서 고혜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꼭 다 읽어보고 싶다고 메모해 두었답니다!
이 책은 ‘밤이라는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예요. 보호도, 그녀를 찾는 손님들도 각자 견뎌야 할 것을 견디며 살아가나 희망을 놓지 않아요.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았어요. 아마도 고혜원 작가님이 이 책에서 전하는 따뜻한 위로 때문일 거예요. 우리가 밤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언젠가 빛이 찾아올 거라는 작은 희망을 건네주는 이야기였어요.
혹시 지금, 마음이 지치고 힘든 밤을 보내고 있다면 고혜윤 작가님의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책을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치 야간약국에서 보호가 조용히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듯, 이 책도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거예요.
책을 읽고 북리뷰를 정리하는 시간 동안, 저에게 많은 위안을 준 책이라 시간 되면 재독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