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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서평단 모집을 통해 지원 받은 도서로, 실제로 읽고 꼼꼼히 읽은 뒤 남긴 리뷰입니다.-
이 책은 부커상 최연소 수상 작가 엘리너 캐턴의 신작으로, 출간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에요.
뉴욕타임스와 타임지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킹도 추천한 소설이라 기대가 정말 컸어요!
여르미 도서관님의 서평단 모집 글을 통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버넘 숲>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많았던 만큼, 읽어보니 확실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를 심리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긴장감이 넘쳐서 몰입감이 상당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현대 사회에서 선과 악을 단순하게 구분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정교하게 보여준다는 거예요.
소설은 뉴질랜드의 외딴 땅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자급자족하는 청년 단체 ‘버넘 숲’을 중심으로 전개돼요. 이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자본주의에 최대한 의존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데-물론 이 과정은 꼭 도덕적이지만은 않아요-어느 날 억만장자 기업가 로버트 르모인이 이들에게 접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르모인은 최첨단 드론 기술을 보유한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인물로, ‘버넘 숲’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요. 그러나 그의 제안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고, 버넘 숲 활동가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하게 되죠. 돈과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년들, 점점 드러나는 르모인의 속내,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이야기는 긴장감 넘치는 방향으로 흘러가요.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선과 악은 명확할까?
보통 이야기에서 억만장자 기업가는 악역이고, 자급자족하는 청년 공동체는 선한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단순한 구도를 뒤집습니다.
-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정말 악일까, 아니면 필요한 도구일까?
처음에는 ‘버넘 숲’이 순수한 이상을 지키려는 공동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갈등이 드러나요. 미라의 친구 셸리라는 인물도 초반부터 순수한 이상 뒤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모순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와요. 르모인이 제공하는 돈은 위험한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 돈이 없으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을지도 몰라요.
반면 르모인은 무조건적인 악당이 아니에요. 그의 사업은 군사 드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지만, 동시에 재난 지역 구조 작업이나 농업 자동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가 제공하는 기술이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이처럼 책은 ‘자본주의와 돈은 악이다’ 혹은 ‘기업가는 탐욕스럽다’ 같은 단순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요.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복잡한 선악구도가 또 어떤 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 대기업과 노동자
대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비판받지만, 동시에 그 대기업이 만든 일자리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생계를 유지해요. 만약 대기업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죠.
- 환경 보호 vs 경제 성장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거예요. 하지만 갑자기 모든 공장을 멈춘다면 경제가 흔들리고 실업자가 늘어나죠. 그렇다면 환경 보호를 위해 당장 공장을 닫아야 할까요, 아니면 서서히 줄여가야 할까요?
예전에 지나가며 인터넷에서 읽은 문장 중, '이제는 마트에서 오렌지 하나를 사는 일에도 많은 선과 악이 모호하게 얽혀있으며,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어렵다.' 라는 구절이 생각났어요.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진실을 아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처럼 『버넘 숲』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타협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요.
읽고 난 후의 느낌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더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소설이었어요.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어요.
특히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다룬 작품이지만, 무조건 돈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 점이 좋았어요.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도 떠올랐어요. 이 책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시도해 보는 주인공이 나오거든요.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복잡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현실적인 사회 비판을 담은 작품을 찾는 분
- 철학적 질문이 담긴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을 즐기는 분
엘리너 캐턴의 <버넘 숲>은 영화화되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읽는 내내 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었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복합적인 캐릭터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어보셨다면, 어떤 느낌이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아직 안 읽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