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두얼굴 - 아침새책 38
이갑진 / 아침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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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한 문명 세계이다. 인류는 과거의 자연으로부터의 거의 모든 위협-맹수, 기후 변화, 홍수, 가뭄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폭발적으로 숫자가 증가했다. 또한 지금의 인류가 생활하는 모습은 과거의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만큼 편리하고 안락하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과학이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이 만드는 도구 역시 발전했다. 원시적인 뗀석기에서부터 간석기, 철기를 거쳐 총, 대포, 폭탄에 이르는 무기들은 인간에게 지구상 그 어느 맹수의 발톱보다도 더 날카로운 발톱을 달아 주었다. 그 결과, 인간은 약하고 느린 사냥의 대상에서 모든 생물이 두려워하는 사냥꾼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기술할 때 '발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사람들은 지금도 문명이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변화가 발전인가? 물론 인간 자체로만 볼 때는 발전이다. 수적 증가, 생활의 편리함 등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거대한 틀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문명, 특히 산업 혁명 이후의 문명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현재의 상황이 그것을 보여준다.

먼저 인류의 숫자이다. 세계의 적정 인구는 약 1억 8천만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그 30배가 넘고 있다. 한 종이 과잉 번식할 경우 자연의 질서는 당연히 깨지게 된다. 이렇게 숫자가 증가할 경우 예견되는 인간의 멸망은 제쳐놓더라도 엄청난 수의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과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지구를 속속들이 갉아먹고 있다. 이미 화석 연료는 100년을 넘기기가 힘들고 하루에도 수십 종씩 생물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열대 우림은 다음 세기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행동들이다. 인간의 에너지 소비량은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도 많다. 이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태우고 원자로를 돌리며, 식량을 증산하기 위해 숲을 베어내고 화학 비료를 뿌려댄다. 이런 행동들이 지구의 온실 효과, 오염, 산성비, 황폐화 등 끝없는 문제들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일들의 원동력이 과학이다. 보다 편리하게 살기 위해 발전시킨 과학이 지금에 와서는 서서히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것은 방향이 틀렸다. 지금 우리는 주위의 모든 것을 뭉개버리면서 벼랑으로 달려가는 거대한 물체에 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제어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생태계 자체가 파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 말은 미래상 중 어느 미래상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우리는 에코토피아의 형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유토피아나 암울한 미래, 최악의 상황인 디스토피아를 향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바꿀 수 없다. 이 많은 문제점들은 결국 과학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를 얽어매던 과학을 우리를 위해 이용해야 만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과학이 발생시킨 문제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요컨대,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또 자연계 전체를 위해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야 하며 그 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과학이 해야 할 일이다. 인간과 모든 생명체의 모태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만이 우리가 이 위기를 벗어나 진정한 발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인류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이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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