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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 ㅣ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라스트 러브』 『내 여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을 이어 네 번째로 조우리 작가님의 책을 접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그 이상으로, 이번 『팀플레이』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떻게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하던 은희, 은주, 희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리뷰에서도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어한다. 그것은 첫만남에서도, 끝만남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습관이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웃고, '괜찮다'라는 말로 제 심정을 포장하길 반복하며, 좋은 인상이 깨지는 일이 생겼음에도 헤어지는 그 순간조차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나쁜 사람'이 된다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끝끝내 제 행동을 망각해버리고 만다. 신입이 구박을 받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공모전에 낼 것을 알았음에도 자기 이야기가 들어가있으니 자신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하며, 주위에서 주는 눈치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누군가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어 자리에 남으며 그렇게.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하고 드는 생각조차 사실은 기만이다. 막상 인물들의 자리에 있으면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가라는 말이 없어 교수가 퇴근하는 시간 내내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고, 총장의 허락이 아니면 마음대로 글을 작성하고 올릴 수도 없는 삶 속에서. 과연 '나'는 억압된 환경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원하는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조우리 작가님의 소설이 좋다. 인물에게 풍덩 빠지게 해놓고, 그 인물을 곧이곧대로 따라가게 만들어놓고서 결말에 가 새로운 충격을 주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나와 똑같은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치 '남'과 자신은 다르다 생각했던 '나'에게 꿀밤을 먹이고 '남'이 있는 영역 안으로 밀어 넣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늘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하며 서점에 작가님의 이름을 검색한다. 다음엔 또 어떤 영역 안으로 나를 밀어넣을까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