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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ㅣ 더 갤러리 101 2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1년 6월
평점 :
고독한 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완독 서평을 쓰기에 앞서, 지금까지 썼던 중간 리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35개의 중간 리뷰를 읽고서 드는 생각은, 참 좋은 시간을 가졌구나 였다.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을 읽으면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파르세포네>를 보며 사랑과 예술 속에 깃들어 있는 계륵을. 반 고흐와 장프랑수아 밀레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서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두 그림 속에 비치는 이야기를. 후반으로 접어들어 전쟁 시대가 도래했을 땐, 케테 콜비츠의 <엄마들>을 보며 그 시대의 아픔과 더 이상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게 '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작품과 함께 그 시대 상황과 작가의 상황을 말할 땐 마치 내가 작품 속 인물이 된 듯한 생각이 들었고. 한 챕터의 마지막 장에 있는 작품이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한 페이지를 볼 땐, 언젠간 이 책을 가지고 거기에 가리란 생각을 했다. 그곳에 가서, 언젠가 오롯이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기 위해 작품 앞에서 드러누웠던 사람처럼, 나도 그정도로 작품에 한 번 빠져보리라 다짐했다.
중간 리뷰 35번째를 차지했던 몬드리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술이 없는 세상을 얘기했던 몬드리안.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예술 없이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했던 몬드리안. 더 이상 분란이 없고, 아이들이 죽지 않고, 부모들이 슬픔에 잠기지 않는 세상의 유토피아가 오는 건 좋지만, 그렇다 해서 예술이 사라진다 하면 무척 아쉬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의 슬픔을 그려낸 여러 작가들을 생각하면, 아들을 잃었던 케테 콜비츠를 생각하면 감히 아쉽다 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작품 속 인물이 된 듯한 시간들을 곱씹었을 땐 역시나 예술이 영원히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