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김민아 옮김 / 새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들은 어쩐지 하나의 단어에서부터 시작해 줄기가 뻗어나가고 열매를 맺는 듯한 느낌이 든다. 코도 그렇고 외투도 그렇고, 사라진 편지 또한 그렇다. 특별한 소재도, 특이한 소재도 아니다. 거울만 보면 바로 보이는 코, 옷장 문만 열면 볼 수 있는 외투, 그리고 생일날 되면 받는 편지. 우리가 쉽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기이한 환상과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엔 그런 힘이 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코가 살아졌다. 아끼던 외투를 잃은 억울함에 귀신이 되어 사람들의 외투를 뺏기 시작한다. 여왕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악마와 마녀에게까지 찾아가 카드게임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행보를 알고 싶어 자신의 개가 쓴 편지를 훔쳐 읽는다 등. 이것만 읽어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어쩐지 안타까운 일상과 화자들(주인공들)의 삶이 엿보이는 것도 니콜라이 고골 소설의 힘인 거 같다.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코」 「외투」 「광인의 수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분이 낮다. 그렇기에 코를 잃고 외투를 잃어 높은 직급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번번히 외면받곤 한다. 「광인의 수기」에선 '광인'이 제 상사의 딸을 연모하지만 고백을 생각하기도 전에 주위에서 멸시받는다. 이처럼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은 흥미로운 사건 아래 현실을 꼬집어 보여준다. 사건과 현실을 교묘히 섞어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아 한 번 더 현실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곧 개강이 다가오고, 이제 또 소설을 써서 합평 받아야하는 문예창작학과 학생으로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소설을 써야할까? 어떤 인물을 어떤 사건 안에 넣어야 할까? 여전히 소설을 쓰는 건 어렵고, 힘들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나는 소설을 쓰고 싶어진다. 니콜라이 고골과 같은 소설은 쓸 수 없다. 나는 나만의 소설을 써야한다. 나만의 소설을 찾을 때까지, 나는 계속 책을 읽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F #페미니즘 #그녀들의이야기 요다 # 장르 비평선 2
김효진 지음 / 요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와 페미니즘은 운명적인 관계이다. 기존의 사회 구조나 규범을 상상력을 통해 낯설게 함으로써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SF. 그리고 자유주의부터 시작하여 제3물결, 퀴어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거론해 온 운동 페미니즘. SF 특유의 서술 기법으로 여러 억압과 차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SF와 페미니즘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적 관계인 것이다.


이 책은 장르적인 부분만이 아닌 요즘 시대 중요한 페미니즘에 대해 한 번 의의와 의미를 잡고 넘어갈 수 있는 지침서 같다. 1960년대 참정권과 투표권을 위해 투쟁한 1세대 페미니즘부터, 여성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를 지나, 2019년 드디어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바뀌"기 시작한 오늘날까지. 장르를 설명하기에 앞서 페미니즘의 역사를 집고 넘어가는 부분이 참 좋았다.


특히 앞서 장르 비평선 01과 같이 이번에도 마지막 챕터에서 '함께 읽어볼 페미니스트 SF'에 대해 말해주는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은 꼭. 작년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줄만 알았으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기에 더욱 충격을 주었던 작품. 『증언들』에선 과연 어떠한 인물이 『시녀 이야기』에 나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말해줄지 기대된다. 그리고 '함께 읽어볼 페미니스트 SF'에 나오는 소설을 읽어보고서, 또 한 번 이 장르 비평선을 읽을 것이다. 이 책은 다시 한 번 읽고 싶게 만드는 힘과 지식을 내포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타지 #게임 #역사 요다 # 장르 비평선 1
이융희 지음, 텍스트릿 기획 / 요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임판타지 소설의 현실은 가상현실 게임이 보편화된 근미래 세계관인 동시에 모든 질서가 게임을 바탕으로 재편된 세계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의 현실을 '현재'라고 보면 안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근미래'이자 SF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의 같은 말처럼 허를 찌른다. 허를 한 번 찌르고서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모조리 몰아낸 다음, 차곡차곡 게임과 놀이의 차이, 한국 게임의 역사를 밀어넣는다. 한국에서 전자오락의 존재가 가시화된 것이 언제인지. 전자오락에 준하는 정의가 어떤 식으로 법력으로 제정되었는지. 그리고 초기 전자오락에 관한 사람들의 시선은 어떠했는지 등. 그렇게 차례차례 한국 게임의 역사에 대해 말해놓고 장르로 넘어와 초기 판타지 소설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푼다. 그 자연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홀리듯 읽은 소설. 그게 바로 이 장르 비평선이었다.

초기 게임 SF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달빛조각사』부터 시작해 『전지적 독자 시점』까지. 다양한 책을 들어가며 예시를 보여주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으며, 한펴으론 아는 것이 나와 반갑기까지 한 시간을 가졌다. 특히 마지막 챕터인 게임판타지 비평에서 『달빛조각사』를 중심으로 비평이 이어지는데, 앞서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듯한 시간이 들었다. 어쩐지 비평문을 읽은 것 보단 장르 지침서를 읽은 듯한 시간이었는데, 웹소설 작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내게 더없이 좋은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더 갤러리 101 2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독한 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완독 서평을 쓰기에 앞서, 지금까지 썼던 중간 리뷰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35개의 중간 리뷰를 읽고서 드는 생각은, 참 좋은 시간을 가졌구나 였다.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을 읽으면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파르세포네>를 보며 사랑과 예술 속에 깃들어 있는 계륵을. 반 고흐와 장프랑수아 밀레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서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두 그림 속에 비치는 이야기를. 후반으로 접어들어 전쟁 시대가 도래했을 땐, 케테 콜비츠의 <엄마들>을 보며 그 시대의 아픔과 더 이상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게 '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작품과 함께 그 시대 상황과 작가의 상황을 말할 땐 마치 내가 작품 속 인물이 된 듯한 생각이 들었고. 한 챕터의 마지막 장에 있는 작품이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한 페이지를 볼 땐, 언젠간 이 책을 가지고 거기에 가리란 생각을 했다. 그곳에 가서, 언젠가 오롯이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기 위해 작품 앞에서 드러누웠던 사람처럼, 나도 그정도로 작품에 한 번 빠져보리라 다짐했다.


중간 리뷰 35번째를 차지했던 몬드리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술이 없는 세상을 얘기했던 몬드리안.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예술 없이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했던 몬드리안. 더 이상 분란이 없고, 아이들이 죽지 않고, 부모들이 슬픔에 잠기지 않는 세상의 유토피아가 오는 건 좋지만, 그렇다 해서 예술이 사라진다 하면 무척 아쉬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의 슬픔을 그려낸 여러 작가들을 생각하면, 아들을 잃었던 케테 콜비츠를 생각하면 감히 아쉽다 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작품 속 인물이 된 듯한 시간들을 곱씹었을 땐 역시나 예술이 영원히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팀플레이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라스트 러브』 『내 여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을 이어 네 번째로 조우리 작가님의 책을 접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그 이상으로, 이번 『팀플레이』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떻게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하던 은희, 은주, 희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리뷰에서도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어한다. 그것은 첫만남에서도, 끝만남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습관이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웃고, '괜찮다'라는 말로 제 심정을 포장하길 반복하며, 좋은 인상이 깨지는 일이 생겼음에도 헤어지는 그 순간조차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나쁜 사람'이 된다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끝끝내 제 행동을 망각해버리고 만다. 신입이 구박을 받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공모전에 낼 것을 알았음에도 자기 이야기가 들어가있으니 자신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하며, 주위에서 주는 눈치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누군가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어 자리에 남으며 그렇게.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하고 드는 생각조차 사실은 기만이다. 막상 인물들의 자리에 있으면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가라는 말이 없어 교수가 퇴근하는 시간 내내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고, 총장의 허락이 아니면 마음대로 글을 작성하고 올릴 수도 없는 삶 속에서. 과연 '나'는 억압된 환경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원하는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조우리 작가님의 소설이 좋다. 인물에게 풍덩 빠지게 해놓고, 그 인물을 곧이곧대로 따라가게 만들어놓고서 결말에 가 새로운 충격을 주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나와 똑같은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치 '남'과 자신은 다르다 생각했던 '나'에게 꿀밤을 먹이고 '남'이 있는 영역 안으로 밀어 넣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늘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하며 서점에 작가님의 이름을 검색한다. 다음엔 또 어떤 영역 안으로 나를 밀어넣을까 고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