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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싱긋 / 2019년 10월
평점 :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지승호의 인터뷰집니다. 책의 특성 답게 우리 나라의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격인 일곱 인물들의 생각과 삶을 담아내고 있다. 그 인물들은 대개 각자 자신들이 낸 책도 있지만 이렇게 다른 각도로 제 삼자인 인터뷰어를 통해 본인의 의견을 펼치는 구도도 신선하고 집약적으로 다가온다.
책에서 특히 좋았던 인터뷰는 김승섭과 배우 김규리 부분이었다. 김승섭은 사회역학자로서, 분자생물학적인 측면으로 경도돼 인체를 이해하고 질병을 다루는 전통 서양 의학보다는 거시적이고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사회 구성원의 트라우마와 아픔, 치유를 다루며 연구하고 있는 점이 신선했다. 또한 대중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학자로서 오롯이 자기길을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규리는 막 라디오 진행을 시작한 후 인터뷰를 하였는데, 화려할 것이라는 여배우의 일상과는 달리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고독을 즐기며 사색을 많이 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문학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강원국 작가는 여러 번 강연을 듣고 유튜브를 봐서인지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었고, 따라서 많이 듣던 얘기들도 있었지만 아주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수정과 강용주의 인터뷰는 각각 진보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프랑스 거주자로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목소리를 내었는데 다른 인터뷰들과는 달리 용어 사용이나 문장이 정제되지 않고 사실의 나열이 정돈되지 않으며 생각을 그대로 거칠게 펼쳐낸 느낌이었다. 어쩌면 저자가 그들의 목소리를 좀더 현장의 느낌이 나도록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목수정 부분에서는 논란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 예전의 '동지'로서 개인적 감정으로만 애틋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는 했다.
이은의와 서지현은 성폭력 사건 관련 당사자로서 또한 법조계 종사자로서 인터뷰를 하였는데, 같은 성폭력 피해자지만 시각의 결은 좀 달랐다. 서지현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하였고, 이은의는 이전에는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그들의 법정 다툼을 돕고 있는 입장에서 피력하고 있었는데, 미투현상이나 무고죄에 대한 이은의의 시각이 객관적으로 술회돼 인상적이었다. 관련 사건을 무조건 여성에게만 감정이입하지 않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다루면서 이런 저런 경험이 꽤 축적된 의견으로 보인다.
주성하는 탈북민 출신 동아 일보 기자인데 한국과 북한의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북한 사회를 탈바꿈할 인재가 되길 바라며 후배들도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인터뷰집이었다.